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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 Jan 13. 2022

낮과 밤의 경계: 일몰시(日沒時)3

새로운 발견_계양산 둘레길, 계양산성

3) 계양산 둘레길, 계양산성

(인천 계양구 계산동)


교통 TIP!

인천 1호선 계산역 5번 출구로 나와

계산 국민체육공원, 계양도서관 방향으로

10분간 오르다 보면

계양산 등산로 입구를 찾을 수 있다.

주말일 경우 북적이는 사람들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등산로 입구를 알게 된다.



일몰의 마지막 목적지였던 계양산.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탓에 발을 동동 구르다

영하로 뚝 떨어진 날씨에

하늘이 맑아지자 ‘지금!’이라는 생각으로 산을 올랐다.


원래는 계양산성을 찍으러 갈 생각이었으나,

아버지의 추천으로 해가 아주 잘 보이는,

계양산 둘레길을 걷게 되었다.


장미공원에서 에어펌프가 있는 쪽으로 가다 보면

길이 하나 나오는데, 그 흙길로 들어서면

노랗고 붉은빛으로 물든 나무와 돌을 발견할 수 있다.  


빛을 품은 나무들은 가을에 보는 단풍의 모습과 겹쳐진다.

그렇게 길을 즐기며 한참을 오르다 보면

뒤따라오는 붉은 일몰을 만날 수 있다.


처음 이곳에서 빛을 마주한 후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들었지만, 사진은

빛이 너무 강해서인지, 해를 제외하고

나무와 주변 풍경들은 그림자로만 남았다.

처음엔 결과물이 실패라고도 생각했지만,

이 또한 일몰이 내는 빛의 풍경이라고 여기기로 했다.



계양산 서쪽에서 바라본 일몰은

그 어느 곳에서 본 것보다 더 붉고 강한 빛을 뿜고 있었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미세먼지로 인해

반대편 너머에 있는 산의 모습과 인천대교를

선명하게 볼 수 없었다는 점이었다.

계양산 서쪽의 일몰은 이토록 강한 빛을 뿜어내는데,

그렇다면 계양산 동쪽은 어떤 일몰의 모습을 담고 있을까.



동쪽은 해가 정확하게 보이지는 않겠지만,

나름대로 그 은은한 빛이 매력이다.

계양산성으로 오르는 길은 두 갈래다.

하나는 등산로 입구에서 보이는 돌계단을 오르는 길.

다른 하나는 등산로 입구 오른쪽으로 길을 잡는 것이다.


둘의 차이는 짧고 굵게 힘들 것인가

아니면 길고 편안하게 주위를 둘러보며 갈 것인가이다.

나는 후자를 택했고 그 선택은 옳았다고 말하고 싶다.


계양산성을 향해 가는 길에 마주한

계양산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그곳에 있을 것 같지 않은 운동기구를 지났고,

평탄하고 매끄러운 나무다리를 계속해서 걸었다

(하지만 이곳도 오르막길인 건 마찬가지이다).

30분 정도 오르고 난 후

올려다본 하늘에는 달이 떠 있었다.

내 머리 위로는 달이, 반대편 하늘에는 해가 공존했다.

묘하고 신기한 장면이었다.

마치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을 보는 느낌이랄까.

절대로 같이 있으면 안 될 존재가 같이 있다는 사실에

번갈아 보며 관찰하는 것이 꽤 흥미로웠다.



목적지에 도착하고 그곳에서 내려다본 인천의 모습은

마치 전망대에서 풍경을 보는 느낌이었다.

그저 아파트 단지, 네모난 상자들의 연속이지만

해가 그곳을 비추자 삭막한 건물들은 붉은빛을 받으며

감탄을 불렀다.


아름답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입 밖으로 ‘와-’ 소리를 내뱉고 주위를 둘러보자

왼쪽에는 저 멀리 북한산과 도봉산이 눈에 띄었고,

반대로 돌아본 곳에는 관악산이

계양산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산들에 둘러 싸여 있는 산이라니,

공기는 물론이거니와 풍경마저 두 손 들게 했다.



이곳에는 4월이면 화려한 포토존이 생긴다.

계양산성에는 봄이면 피어나는

복숭아나무 한그루가 있는데, 그 나무 밑에 놓여있는

의자에 앉아 바라보는 복숭아나무는 황홀하기 그지없다.


겨울인 지금은 앙상한 나뭇가지에 불과하지만,

해질녘의 빛을 받는 것을 보고 있다면

나름대로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예쁜 꽃잎이 없더라도 나뭇가지 자체가 선명하게 보이고,

빛이 마치 나무를 조명한다는 느낌이 든다.


계양산성은 멍-한 상태로 있고 싶을 때,

마음이 복잡하고 울적할 때,

아무 생각하고 싶지 않을 때 찾는 보물 같은 장소다.


눈앞에 있는 것들만 한없이 바라보게 만드는 장소이자

시간이 어떻게 지나는지 모르게 흘러가 버리는 곳.

나는 이곳을 알게 된 후로 엄청 높지도, 멀지도 않은 곳에

앉기만 하면 숨을 트일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사실이

행복으로 다가왔다.

대체로 이곳에 발길을 두고 멈추는 이들의 마음도

나와 비슷하리라 생각한다.



이곳에서 뜻하지 않은 광경을 마주하기를,

고요한 들판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다

다시 삶으로 돌아갔으면 한다.



일몰이 보내는 메시지:

“서쪽의 모습도 아름답지만,

동쪽의 제 모습도 살펴봐 주세요.

각기 다른 시점에서 제가 바라보고 있는 곳을

함께 바라보고 발견해주세요.

자세히 들여다봐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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