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난 사람들이 너무 많다.
굳이 보려 하지 않고 들으려 하지 않아도 잘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나자신에 대해 어느 정도 만족하려다가도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마음은 조급해진다. 때로는 그런 생각이 나 자신을 몰아세울 때도 있다.
사실 마음이라는 건 나도 잘 모르는 것이기에 지금 나에 대해 만족한다 하더라도 그 취약한 감정은 오래가지 않는다. 변하는 것은 세상뿐만이 아니라 내 마음도 그러하기 때문이다. 나 같은 사람은 항상 만족하기만 한다면, 긍정적인 변화를 꾀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언젠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것처럼 이야기한 적이 있다. 왜냐면 그걸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세상에서 그걸 가지지 못 한 사람은 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어쩌면 그들은 내가 그것을 가지지 못했단 것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굳이 알고 있다는 티를 내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그들에게 거짓말을 하게 됨으로써, 그들과 나 사이의 수많은 가능성들이 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때로는 나 자신을 속이게 만든다. 나를 돌아보지 않은 채 나도 잘난것처럼 행동하게 만든다. 그것을 연기하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적당히 흉내 내는 것은 학습이 가능했다. 나를 있어 보이게 하는 말들, 나를 있어 보이게 하는 옷, 나를 있어 보이게 하는 사진 등등 그런 것들은 어느 정도 노력만 수반된다면 충분히 흉내 낼 수 있었다. 그리고 흉내 내는 것에 익숙해질수록 나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들은 점점 사라진다.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은 정말 창피한 일이다. 주위에 보이는 그들처럼 나는 잘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흉내 내는 것이 귀찮아질 때 즈음 정말 솔직해져 본 적이 있었다. 못하는 것은 못한다. 이건 좀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난 생각보다 못난 사람이다 라고 표현해본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내 자신을 보여주는 것이 가혹할 것이라는 내 생각과는 달리, 결과는 꽤 긍정적이었다. 그들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궁금해했던 것이다.
모든 것을 잘할 수는 없다. 그리고 모두가 다 나를 원하지도 않는다. 만약 모든 걸 다 잘해서 모두가 나를 원한다면 그건 그거대로 피곤한 인생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잘나지 않은 나이지만 분명 내가 잘하는 무언가가 있고, 날 원하는 직장이 있고, 누군가가 있다. 그것을 조금씩 찾아가는 것이 인생의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나를 포장하고 과장하고, 무언가를 흉내 내는 행동들은 나 자신을 들여다보지 못하게 만든다. 어쩌면 그런 행동들은 나를 그들과 비슷하게 만들 수는 있을지언정 나에게 어울리는 것을 찾지 못하게 할지 모른다.
어느 날 문득 나를 감싸고 있는 껍데기들이 많다고 느껴진다면 한 번쯤은 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줘 보자
때로는 내려놓아야 보이는 것들도 있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