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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바람 Jul 07. 2020

아파도 괜찮은 것은 없다.

 


 대학시절 심리학 수업에서 비를 맞는 사람을 그려보라 한 적이 있었다. 나는 비를 맞는 사람을 그렸고 내 그림을 본 교수님은 나에게 스트레스로부터 나를 지켜주는 보호막이 없는 상태라고 했다. 난 그때 정말 비를 맞는 사람을 그렸다. 내가 그린 그림 속의 나는 우산 없이 비를 맞고 있었다.  


 살다 보면 누구나 다 마음이 아플 때가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너무나도 마음 아플 일이 많다. 사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마음의 고통을 참는 법을 배운다. 우리의 감정대로 즐겁게만 살아간다면 세상은 우리에게 벌을 줄 것이라 배운다.  어느 정도는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사회가 요구하는 공부를 하고 일을 하는 것은 대부분 즐겁지 못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살아가는 데 있어 공부와 일 두 가지는 거의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참아내기만 한다면 그 인내의 시간들이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줄까 라는 의문이 든다. 그렇다고 배우긴 한 것 같은데, 왠지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것도 같다. 아픈 것에 익숙해지면 내가 아픈 줄도 모르게 된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마음이 아픈 나에게 필요했던 건 하고 있는 일을 때려치우는 것도, 학업을 중단하는 것도 아니었다.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해보는 것이었다. 그런 나의 마음을 이야기하며 엄청 울었던 것이 생각난다. 정작 나를 힘들게 했던 건 학업보다도 일 보다도 불안감이었다. 일정 수준의 직업, 일정 수준의 학벌 보이지 않게 정해져 있는 것 같은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면 나라는 사람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 말이다. 그런 불안감에 압도되어 내 마음 따위 아프던 말던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아픈걸 아프다 말하고 표현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때로는 그것이 내가 나약한 사람이라는 반증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나의 영혼보다 중요하단 말인가. 우울한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 마음과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입는다. 표현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누군가가 혹은 어떤 상황이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면 그게 날 아프게 한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


아파도 괜찮은 것은 없다.

내가 신경을 쏟고 있는 수많은 것들 만큼 내 마음에도 귀를 기울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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