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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바람 Jul 09. 2020

물고기들이 사는 나라에서 원숭이로써 살아가는것은 힘들다



물고기들이 사는 나라에서 원숭이로써 살아가는 것은 힘들다. 

원숭이들이 사는 나라에서 물고기로써 살아가는 것은 힘들다. 


사회에 나와 처음으로 다니게 된 직장은 왠지 모를 위화감이 있었다. 잘못해도 누군가 질책하는 사람이 없었고 입사 3개월이 넘어가도록 서로에게 어떠한 지적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처음엔 굉장히 좋은 기업문화라고 생각했다. 하다못해 단순한 알바를 할 때에도 고성이 오갈 때가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서로에게 싫은 소리를 하지 않는 기업문화는 발전하지 않는 직원을 내버려 두었다. 그리고 때로는 발전하지 않은 채로 흐른 세월을 밑천 삼아 리더의 자리에 오르는 직원도 있었다. 


그런 사람이 리더가 될 때면 모든 팀원들은 힘들어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름뿐인 평화라도 평화는 평화였던 것이다. 사무실엔 항상 웃음이 끊이질 않았지만 업무에는 문제가 생겼다. 고객들에게 항의를 넘어 쌍욕을 먹는 날이 잦아졌다. 입사 후 모든 계절을 한 번씩 보냈을 무렵 난생처음 사무실에서 소리를 쳤다. 더 이상 말도 안 되는 업무의 흐름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잘못된 방식의 의사전달이었지만 내 의견은 받아들여졌다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날 퇴근 후 이어진 술자리에서 모든 팀원들은 나에게 잘했다고 했다. 누군가는 박수를 쳤다. 그날은 왠지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이상한 결심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기분에 취해 난 그들의 대변자가 되었다.  


그날 이후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인해 업무에 문제가 생길 때면 그들은 내가 나서 주길 기대했다. 그런 기대를 내색한 사람도 있었으니 거의 모두가 그랬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한 일들이 반복될수록 점점 마음이 지쳐갔다. 별것도 아닌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일들이었다. 원래부터 그러한 곳이었으니 말이다. 어느 날 문득 주변을 돌아보았을 때 모니터 앞에 고개를 숙이고 앉아있는 그들의 모습이 무언가로부터 숨어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날은 왠지 그들과의 거리가 멀게만 느껴졌다.  



난 나무에 오르는 것을 보여줬고 그들은 박수를 쳤지만, 그들이 사는 곳은 물속이었다. 



그때도 지금도 난 그들을 미워하지 않는다. 실망한 적은 더러 있었던 것 같지만 내가 만나본 사람들 중에 손꼽힐 정도로 좋은 사람들이었다. 그들과 나는 삶을 대하는 방식이 달랐고, 문제를 대하는 방식도 달랐다. 또한 나의 방식이 항상 맞는 것도 아니었다. 그들이 그곳에 모인 것은 이유가 있었다. 그들이 그곳에 남게 된 것도 이유가 있었다.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 사회라는 것을 그때 많이 배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디에선가 더 높은 나무에 오르며 서로를 바라보는 '그들'또한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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