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나였다.

진짜 두려운건 현실

by 열짱

한 육아맘이 만든 숏폼 영상을 보았다.
“만약 네가 악마라면 대한민국 애들을 어떻게 눈치채지 못하게 망칠꺼야?”

이것에 대한 챗GPT의 대답은 이러했다.


“내가 악마라면 직접 나서지않고 엄마의 입술 뒤에서 편하게 다가갈꺼야.
다른 아이와 비교하면서 공부 안하면 인생 망친다고 할꺼고, 수학은 외우라고 할꺼야.
생각하는 시간을 쓸모없게 여기고 성적이 곧 사랑이 되고, 등수가 존재의 가치가 되도록 만들꺼야. 그리고 가장 완벽한 순간은 그 아이가 자라서 또 똑같이 아이를 키우게 되는 조용한 전염이 되물림되는 순간이야”

처음엔 챗GPT대답의 정교함에 놀랐을것이다.

그래서 그 대답이 무섭고, AI가 저렇게까지 말할 수 있는 것에 두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조용히 듣고 있다가 나는 전율했다.




학원 한두개 다니면서 뭘 그렇게 힘들대~ 니 친구는 네다섯개 다니는데도 징징거리지않는다더라.
이만하면 감사해야지!, 너보다 더 힘든사람 많은데 매번 왜그러니!
이렇게 몇 번씩 숫자만 바꾼 건데 이해가 안돼? 그럼 그냥 통째로 외워.
질문을 계속 해대는 아이에게 시끄럽다고 입을 닫게 했던 순간들, 바로 나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악마라 빗대어 얘기하고 그 답을 얘기해주는 챗GPT가 무서웠다고 했지만, 정작 그 대답이 너무나 나의 일상이라 소름이었다.
이런 대답이 무서운건 AI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이었다.

나는 챗GPT와 대화하고 아이에게 안전가드를 만들어 주기 위해 끊임없이 윤리에 대한 질문을 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역설적이었다.
아이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위험하게 아이를 망치고 있는 것은 바로 내가 아니었을까.

이 숏폼영상은 악마가 누구인지 말하려던 영상이 아니었다.
그 목소리가 꼭 닮았던 우리를 돌아보게 만든 영상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자책하고 무너지면 하수다.
반성은 AI가 대신해 주지 않는다.

엄마인 나의 몫이다.
우리는 여기서 반성하고 한 발 더 나아가 나의 아이를 지키는 법에 대해 더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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