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2025년 12월, 한 해의 끝자락까지도 저는 제가 ‘망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구조조정 통보와 함께 제게 남겨진 것은 조각난 경력과 언제 회복될지 모를 무력감뿐이었으니까요.
이 브런치북은 그 막막한 벼랑 끝에서 살기 위해 던진 비명이자, 어떻게든 다시 일어서보려 발버둥 친 생존의 기록입니다.
글을 쓰는 내내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했습니다.
“왜 나는 남들처럼 매끈한 선 하나로 연결된 경력을 갖지 못했을까?”
“왜 내 삶은 이렇게 여기저기 찢기고 기워진 모양일까?”
하지만 1화부터 마지막 화까지의 기록을 쭉 훑어본 오늘, 저는 비로소 깨닫습니다.
매끈한 선은 아니었을지라도, 그 울퉁불퉁하고 투박한 조각들이 모여 세상에 단 하나뿐인 저만의 ‘콜라주’를 완성하고 있었다는 것을요.
수백만 원의 수강료를 날리며 배웠던 무자본 창업의 쓴맛도, 30대에 처음 시작한 카페 및 바이럴 알바의 고단함도, 그리고 면접장에서 담담히 고백했던 나의 아픈 조각까지도. 그 어떤 것도 버릴 것은 없었습니다. 그 모든 순간이 모여 지금의 저를 만들었으니까요.
이 책을 덮는 당신의 삶 또한 혹시 조각조각 기워진 것처럼 느껴지시나요?
남들과 비교하며 자신의 모습이 초라해 보인다고 자책하고 계시지는 않나요?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당신의 그 파편화된 경험들은 실패의 증거가 아니라, 치열하게 살아낸 훈장입니다.
멀리서 바라본 당신의 삶은 분명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아름답고 독특한 무늬를 띠고 있을 것입니다.
2025년의 마지막 날, 저는 '생존기'라는 이름의 일기를 덮고 이제 진짜 '나의 삶'을 시작하러 갑니다.
여전히 3개월 뒤의 미래는 안개 속에 있고 불안은 발목을 잡지만, 이제는 두렵지 않습니다. 다시 넘어진대도 저는 또 다른 조각을 주워 내 삶에 붙여나갈 테니까요.
그동안 이 서툰 생존기를 함께해주신 모든 분께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당신의 콜라주는 어떤 무늬인가요?
2025년 12월 31일
망한 김에 다시 시작하는 이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