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 느끼는 나이의 무게

by 신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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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이를 물어볼 때면, 내 나이가 몇 살인지 생각하느라 얼마간 말을 하지 못한다. 몇 초간의 생각 끝에 '스물일곱'이라 말한다. 입 밖으로 나온 그 가볍지 않은 나이를 듣고는 내가 깜짝 놀란다. 세상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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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2학년 때, 문학 수업 시간이었다. 수업 시간 도중 선생님께서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이야기를 꺼냈다. 아직은 너희가 절대 공감하지 않겠지만, 서른 즈음이 다 되어서 이 노래를 들으면 무수히 많은 생각과 감상들이 스쳐 간다고 했다. 나를 비롯해 고등학생이었던 우리들은 10년도 넘게 남은 서른이 이렇게 빨리 다가오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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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초에 엄마랑 이야기를 하다가 엄마가 "이제 너도 스물 일곱이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러면서 나를 보고 놀리듯 웃었다. "너도 이런 때가 올 줄 몰랐지?" 하면서. 나도 미친 듯이 웃다가 "엄마도 이제 쉰이 훌쩍 넘었다고" 하면서 맞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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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 나이에 가장 놀라는 때가 언제냐면. 예전에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다가 '그때 그 사람이 지금의 내 나이였다니', '지금의 내 나이보다 어렸다니' 깨달을 때다. 그때는 한없이 어른스럽게 느껴졌던 사람들이 생각해보면 지금의 내 나이 즈음이었다는 것이 도대체 믿기지가 않는다. 뭐지. 당신들 왜 이렇게 어른인 척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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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게 누군가에게는 어린 애의 징징거림으로 들린다는 걸 안다. 요즘 나이 서른이 옛날 서른이 아닐뿐더러, 아직도 내겐 많은 시간이 있으니까. 사실 가장 두려운 건 꼰대처럼 늙어갈까봐. 내가 죽도록 욕했던 어른들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갈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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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해놓은 게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래서 마음이 조급하면서도, 그래도 지금까지 잘 해왔어 스스로 위로하고 싶은 밤이다 왠지 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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