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위로의 말 건네기

평범주의보

by 신혜진

내게 너무나도 어려운 일 중 하나가 따뜻한 말을 건네는 것이다. 내 주위에 있는 사람이 너무나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위로가 되는 말을 건네기가 참 힘들다. 도무지 어떤 말을 건네야 할지 모르겠다. 어두운 터널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상대방이 마음을 추스를 수 있도록 힘이 되는 말을 건네고 싶은데, 이 말이 상대에게 가닿지 못할까봐 겁이 난다. 상대방의 기분을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힘이 되는 따뜻한 말 건네기, 이게 너무나도 어려운 거다.


얼마 전 취업 준비로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내 나름대로 위로의 카톡을 보낸 적이 있다. 물론 카톡 몇 줄에 울적하고 아픈 마음이 치유되지 않는다는 건 누구보다 잘 안다. 이해는 한다. 그런데 전화통화를 하던 중에 '그건 위로가 아니야!'라고 하는 거다. 돌덩이에 맞은 것처럼 충격을 받았다.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내가 고심하다가 던진 말을 위로가 아니라고 단언하다니.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누구보다도 가슴 아파하고 하루종일 울적했는데, 내 마음이 상대에게 아무것도 아닌 말로 다가갔다니. 상대방의 아픔을 내 일처럼 공감하는 것과 위로의 말을 건네는 건 또 다른 차원의 일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는 절대 '이건 위로가 아니야'라는 식으로 말하지 않아야지. 이건 상대방의 마음도 좀먹는 나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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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꼬시는 방법을 알려주는 픽업 아티스트 강의도 있는 마당에 '따뜻한 말 건네기' 같은 강의는 없는 걸까. 상대방의 힘든 처지를 공감하지만, 마음을 담은 위로의 말을 건네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위로 수업' 같은 거. 그런 수업이 있으면 거금을 투자해서라도 듣고 싶다.


정작 힘겨운 날엔 우린 전혀 상관없는 얘기만을 하지
정말 하고 싶었던 말도 난 할 수 없지만
사랑한다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깊은 어둠에 빠져 있어
사랑한다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브로콜리 너마저 2집 앨범 중에 '사랑한다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이라는 제목의 노래가 있다. 사랑한다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정도의 상황이라면 얼마나 절망적인지. 서로에게 가닿지 못하는 말이 얼마나 슬픈 것인지. 아, 내 주변 사람들이 정말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부디.



2017년의 덧붙임: 여전히 난 서툴게 위로의 말을 건넨다. 공감과 위로, 그리고 연대. 이 삼박자를 언제쯤이면 능숙하게 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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