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또 다른 세계로의 관문, 여행

평범주의보

by 신혜진

대학생 때 해보지 못했던 것이 많아서 참으로 후회스럽다. 비교적 취업 걱정에서 한 발자국 떨어진 1, 2학년 때 재미있는 동아리 활동을 하지 못했던 것, 시험 기간에 온 힘 다해 공부하지 않았던 것, 선후배 동기들에게 한 발자국 더 나아가지 못했던 것 등등. 후회되는 일이 너무 많지만, 그중에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건 '내일로 여행'이다. 내일로 티켓을 사면 일주일 동안 기차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청춘들에게 주어진 특권! 2010년 여름에 전국 곳곳으로 내일로 여행을 떠나며 '여행의 즐거움'을 몸소 느꼈다. 부모님께 끌려다니다시피 다니는 여행이 아니라, 내 돈을 모아, 내가 가고 싶은 곳 위주로 여행 코스를 짜고, 이방인으로서의 시간을 마음껏 보내는 재미. 여름에 갔던 내일로 여행이 그해 겨울에도 이어질 정도였다.


국내 여행은 많이 다녔지만, 아직 나에게 미지의 세계가 '해외여행'이었다. 한 번쯤은 간다는 해외여행을 25살이 될 때까지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것이 내겐 내심 한이었다. 약간의 시간적 여유가 있는 대학생 때는 모아둔 돈이 없어서 가지 못 했는데, 막상 일정한 수입이 들어오는 직장인이 되고 나서는 되려 시간이 없어서 여행을 꿈꾸지 못하다니. 아이러니하다. 그러다가 작년 함께 일하는 동료 에디터와 '급 일본여행'을 가게 되었다.


월요일 아침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혜진 씨. 일본 비행기 특가 나왔는데, 일본 여행 갈래요?"

"오. 그래요?"


한 10초 고민했을까. 일본 여행을 같이 가자고 의기투합했다. 아직 구체적인 회사 여름 휴가 계획도 나오지 않았던 때였는데, 대충 우리 회사 휴가를 예상하며 비행기를 예약했다. (놀랍게도 우리의 예상은 정확했다!) 이렇게나 쉽게 여행을 결정하다니.


여행을 가기로 결정하고 나서 내심 걱정이 되기도 했다. 친한 친구라도 같이 여행을 가면 서로 맞지 않아서 싸우기도 하고 여행을 망치기도 한다던데. 물론 회사 밖에서도 종종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말도 잘 통하지만, 4박 5일 여행은 분명 다른 것이니까. 하지만 다행히도 4박 5일의 긴 여행 동안 우리는 싸우지 않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책, 음식 등 좋아하는 관심사가 비슷해 취향에 맞게 코스를 짜다 보니 여행 코스에 대한 불만도 없었다. 누가 편집자들 아니랄까 봐. 서점에서 몇 시간이고 책을 구경하느라 저녁 끼니도 놓쳤을 정도로, 관심사가 충돌하지 않다 보니 평온한 여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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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갔다 오면 느끼는 게 많다. 이방인으로서 그 장소에서 느꼈던 소소한 감정들, 새로운 풍경과 내가 모르는 것들을 맞닥뜨렸을 때의 신선함,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하루를 정리할 때 느끼는 기분 좋은 노곤함….


첫 해외여행이었던 일본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일본어를 무척잘 했던 회사 에디터분을 보며, 그 나라의 언어로 현지인들과 의사소통을 하면 여행이 한층 뜻깊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로 중국어를, 수능 시험 때는 전략적으로 아랍어를 선택했던 내게 일본어는 미지의 영역. 일본어를 공부하다가 헷갈리는 문법을 보면 머리가 어질어질하지만, 일본어를 열심히 배워 다시금 일본 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꿈꾸면 다시금 마음을 잡게 된다. 일본어를 하나도 할 줄 몰랐던 첫 번째 여행과 언젠가 있을 두 번째 일본 여행의 의미는 다르겠지. 그때가 벌써 기대가 된다.


* 오늘은 마침 회사 편집부 전체 휴가여서, 평일에 정동길 카페에 앉아 이 글을 썼다. 일상에서 여행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이렇게나 좋아지다니!



- 2017년의 덧붙임: 지난 1년 동안 그래도 꾸준히 여행을 다녔다. 근 1년 동안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들. 얼마전에 우연히 아이슬란드 사진을 봤는데 당장에라도 떠나고 싶다 ㅠㅠㅠ 월터 미티를 보면서 맘을 달래야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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