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윤종신 예찬론

평범주의보

by 신혜진

작품이 어떻든, 세상에 있는 모든 창작자들이 존경스럽다. 나에게 별 감흥이 없는 소설도, 그저 그렇게 느껴지는 노래도 누군가에겐 특별한 의미일 수도 있으니. 하나의 완결된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얼마나 힘들고 뼈를 깎는 고통이 있는지를 알기에 창작자들에게 무한한 존경을 느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 중 한 명이 윤종신이다. 주변에 윤종신을 좋아한다고 하면 "읭?"하는 사람들이 절반 정도, 그리고 나머지 절반의 반 정도는 나처럼 윤종신의 음악에 열광하고 나머지 반은 뮤지션 윤종신에게 무관심하다. 나도 뮤지션 윤종신에게 처음부터 관심이 많았던 건 물론 아니다. 나에게 윤종신은 <패밀리가 떴다>와 <라디오스타>에서 깐족거리며 입 터는, 늦깎이 예능인이 전부였다. 온 힘을 다해 시시껄렁한 말장난을 하고 라면수프를 음식에 몰래 넣으며 좋아하는 그의 예능 모습에 나름 팬이 되었다. 마음 한구석에는 '저 사람이 가수란 말이야?'하는 의구심이 있긴 했지만.


그러다가 2011년 여름쯤, 윤종신의 2010년 월간 앨범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 아마도 그때 들었던 음악은 <바래바래> 였던 것 같다. '집중바래 몰입바래 상상바래 오케바래' 등 온갖 '바래'가 등장하는 노래였다. 마지막에는 윤종신 특유의 말장난이 빛을 발하는 '자연산 다금바래, 내일은 밀린 빨래'까지 등장하는 약간 '병맛' 같은 노래랄까. 근데 이게 뭐라고 멜로디가 자꾸 입안에 맴돌고 생각이 나는 거다. 그래서 다른 노래는 어떨까 하는 호기심에 2010년 월간을 정독하고 월마다 나오는 그의 월간 앨범을 애타게 기다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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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래바래'를 위에서 언급해서 그의 앨범이 다 저런 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그는 참 곡도 잘 쓰고 공감 가는 가사도 잘 쓴다. 개인적으로 윤종신 월간 앨범 중에서 최고로 치는 '2010월간'에 <넌 완성이었어>라는 곡이 있다. 몇 년 전에 혼자 정동길을 걸으며 이 노래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어찌나 기분이 몽글몽글하던지. 이 노래를 들을 때면 자연스레 사랑하는 사람이 떠오른다. 당장에라도 편지지에 내 마음을 담은 이야기를 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신기하게.


비 온 뒤 개인 하늘이 파랗게 고여있어
그 작은 연못 훌쩍 뛰어넘어 누구에게로
너에게로 가는 길이 내게 어떤 의민지
나의 입꼬리는 볼을 찌르네

건물 사이 불어오는 바람 언제부턴가
눈을 감고 한껏 마시는 버릇이 생겼어
너에게로 가는 길이 내게 어떤 의민지
이어폰 없이도 흐르는 멜로디

넌 내게 완성이었어 조각조각 부스러기 하루
단 한 번에 눈이 부신 그림 한 점으로 바뀌어진
내 인생 그대 와준 날



윤종신이 매달 월간이라는 이름으로 곡을 낸 지도 6년이 넘어간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던 2014년 4월을 제외하고 매달 꾸준히 곡을 냈던 그의 부지런함에 절로 경탄이 나온다. 정말이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 때론 세월의 깊이가 묻어 나오는 노래, 찌질찌질한 이별 노래, 당장에라도 떠나고 싶게 만드는 신나는 노래, 때론 스웨그 넘치는 노래…. 그만큼 다양한 스펙트럼을 꾸준히 소화하고, 부지런한 뮤지션이 있을까 싶다. 몇 년째 메마르지 않는 그의 '창작샘'이 무척이나 부럽다.


몇 년 전 갔던 콘서트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처음엔 소소하게 혼자 곡과 가사를 쓰다가 다른 뮤지션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스케일도 커지고 부담도 된다고. 노래 만드는 게 너무 힘들고 재미가 없어지면, 언제든지 월간 프로젝트를 그만두겠다고. 창작자의 입장에선 무척이나 고통스럽겠지만, 앞으로도 그의 노래와 목소리를 꾸준히 만났으면 좋겠다. 윤종신 오ㅃ… 아니. 삼촌. "다음 달에 만나요! 제발!"



- 2017년의 덧붙임: 여전히 그는 꾸준히 월간 앨범을 내고 있다. 예전만큼 꼬박꼬박 매달 챙겨 듣지는 못하지만, 그의 음악이 주는 온기는 늘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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