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스타벅스를 가기로 하다
누군가 그랬다, 이 구역의 미(美)친 누군갈
못 찾겠으면 그게 나일 수도 있다고.
토요일을 아무것도 안 하고 보낸 죄책감으로
아침 일찍 스타벅스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나에게 마음먹기는 결심과 번복, 이 과정의 반복,
때로는 여러 차례의 반복을 통해 이루어진다.
오늘 아침 눈을 뜨니 이미 9시가 지나버렸다.
일요일 아침 9시는 이른 시간이니까 괜찮다며
(뭐가 괜찮지? 안 괜찮을 건 뭐지? 나 누구랑 얘기하니?)
얼른 가방을 챙겨 들고 집 앞 스타벅스로 향했다.
일요일 아침이지만 이미 창가자리는 만석.
그나마 창가에서 가까운 큰 테이블에 안착했다.
노트북을 열고, 음료도 받아서 옆에 놓았는데
10분쯤 지나니 맞은편에 아줌마 한 분이 자릴 잡는다.
책을 몇 권 꺼내놓으시기에 책 읽으러 오셨나 하는데,
이리저리 왔다갔다, 부스럭부스럭, 두리번두리번…
겨우 뭔가를 하시나 싶더니 5분도 지나지 않아
창가테이블로 옮겨 가선 블라인드 조정에 여념이 없고,
30분도 되지 않아 더 좋은 뷰의 창가자리가 나자 또 이동.
집에서 가져온 사과를 꺼내서 드시기 시작이다.
처음엔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짜증도 났다.
그런데 그걸 하나하나 다 따라가고 있는 내 신경을
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제일 문제였다.
그분도, 또 나를 제외한 그곳의 모든 사람들도
일요일 아침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보내고 있었지만,
나는 오롯이 내 시간을 갖지 못하고 있었다.
시간도 자리도 사람도 중요한 게 맞긴 하다.
하지만 어느 시간이든 자리든 사람이든
내가 완벽하게 만족할 때는 과연 얼마나 될까?
5%? 2%? 어쩌면 1%가 안 될지도 모른다.
따라서 내 뜻대로 안 된다고 하나하나 신경 쓰기보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가는 것만이 방법이다.
토요일 밤 내 머릿속에 그려졌던 스타벅스의 아침은
실재(實在)하지 않는 허상(虛像)에 불과하다.
그것에 연연(戀戀)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머릿속 계획형 인간의
복잡 단순 생활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