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필요한 것은 이것뿐이다.
지금 저는 강남에 와 있습니다. 파주에서 강남을 오는 여정은 참 먼데요. 오늘 아침에 나와 현재 시간 저녁 7시, 친구 가게에서 일도 하고 수다도 떨며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요. 그런데 다른 한 친구가 9시쯤 온다고 합니다. 저는 아직 오늘 글쓰기를 하지 않았고, <고요함의 지혜> 책을 펼치지도 못했는데 말이죠. 9시쯤 만나면 오늘 자정 전에 글쓰기도 책 읽기도 망했다 싶어서 급히 책부터 펼쳤더니, 눈에 들어오는 문장이 있습니다.
무슨 일이 생긴다 하더라도,
나의 삶이 얼마나 많이 변한다 하더라도
분명한 한 가지는 언제나 '지금 이 순간'이라는 것이다.
걱정은 필요 없습니다. 친구를 만나든, 글을 쓰든 제 결정이니까요. 글을 못 쓰면 저는 이틀 연속 매일 글쓰기를 빼먹은 것이 되고, 스스로를 못난 사람이라 책하겠지요. 그리고 거의 1년 만에 만나는 친구를 기다리지 않고 열심히 차를 몰아 12시 전에 집에 돌아간다 한들 그렇게 훌륭한 글, 수많은 사람들이 읽고 감동받을 글이 나올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 전념하는 것은 삶에 필요한 것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 이차적으로 중요한 것들을 대하면 훨씬 여유가 생긴다. '존재하는 것은 오직 지금밖에 없으므로 나는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을 거야'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가장 중요한 것에 우선순위를 두고 지금 이 순간을 적이 아닌 친구로 만들라는 뜻이다. 지금에 감사하고 지금에 경의를 표하라. 지금이 삶의 근본이 되고 중요한 구심점이 될 때 삶은 여유롭게 풀리기 시작한다. - 고요함의 지혜 | 에크하르트 톨레 / 제4장 지금 이 순간
이렇게 글 하나를 마칩니다. 저의 우선순위는 '나'를 '나 자신'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거든요. 어떤 선택을 하든 후회하고 자책하는 내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이 글이 너무 날로 먹는 거 아니냐고 물으신다면, 맞습니다. 하지만 글을 쓰기로 한 거지, 글을 잘 써서 대회에 나가려던 건 아니거든요. 물론 여기서 '잘 쓴다'는 기준도 아무 모호하네요. 그럼 이만, 저는 친구와 치킨을 먹으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