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앞에 있는 사람이나 사물에 전념하기
며칠간 뭔가를 하면 물 흐르듯이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예를 들어 <고요함의 지혜>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문장을 밑줄 치면, 그와 관련된 글쓰기 주제가 떠올라 컴퓨터를 열고 있는 식이에요. 날씨나 시간, 주소를 찾으려고 핸드폰을 열었다가 다른 카톡 메시지를 읽거나 인스타그램을 하고 있을 때도 많습니다. 매일 글쓰기와 독서모임, 영어 코칭 수업과 워케이션 프로그램 등 제가 하는 프로젝트들이 많은데요. 어느 한 프로젝트와 관련된 일을 하다가 갑자기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다른 프로젝트로 넘어가기도 했어요. 주의력이 너무 떨어져서 정말 병이 아닌가 고민한 적도 있었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다른 일을 하다가 문득 생각나, 하던 일은 접어두고 필사를 시작했는데요. 한 단어에 꽂혔습니다.
전념(專念)
지혜는 생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존재의 심연에는 이미 지혜가 있다. 그것을 끌어다 쓰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그저 앞에 있는 사람이나 사물에 전념하면 된다. 전념은 원초적 지혜이며 순수의식 그 자체이다. 전념은 개념적 사고가 만들어낸 장벽을 녹여 없애고 그로 인해 이 세상 아무것도 홀로 분리되어 존재할 수 없음을 알게 해 준다. - 고요함의 지혜 | 에크하르트 톨레 / 제2장 생각하는 마음을 넘어서
전념이란 "오직 한 가지 일에만 마음을 씀"이라는 뜻이라고 하는데요. 제가 요즘 들어 특히나 더 하기 힘든 일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필요로 하는 '지혜'는 '전념'에 의해서 끌어내올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생각 저 생각 하면서 왔다 갔다 할 때가 아니라요. 가만히 생각해 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무언가를 '전념'해서 했을 때가 있었어요. 좋아하는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고, 사랑하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집중해서 무언가를 만들거나 글을 쓰고 나면 그렇게 개운하고 행복할 수가 없었죠.
무언가에 '전념'하고 있을 때는 실제로 두려움이나 불안으로부터는 멀어졌어요. 말 그대로 하고 있는 일 자체에만 마음을 쓰다 보니 지금 하고 있는 게 맞는지 불안하거나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할까 봐 두려울 새가 없었죠. 또 내가 지금 이곳에 나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세상과 연결되어 있거나 더 큰 누군가가 나를 통해 무언가를 보여주려고 한다는 느낌이 들었는데요. 그렇게 나온 결과물은 항상 만족스러웠고, 누구에게 어떤 평가를 받아도 주눅 들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전념'할 수 있을까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한 가지 일을 계속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음번엔 그 시간이 줄어들 수 있길 바라면서요. 카카오톡 메시지 알림을 끈다거나 휴대폰을 다른 방에 두는 등 나의 주의를 흩뜨리는 것들을 미리 치워두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지요. 바보 같은 말일지도 모르지만 '전념'하기를 '포기하지 않으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