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고요함의 지혜> 책으로 책모임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발제 자료를 한 장 한 장 준비하며, 나의 에고가 고개를 들어 나의 독단에 사로잡히지 않기를, 모임을 잘하려고 고민하다 준비하는 과정을 망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물론 나의 에고는 내 옆에서 잠깐씩 고개를 내밀었지만, 책을 읽고 생각한 대로 조급해하지 않고, 고, 지금 이 순간을 억지로 채우지 않고 즐기면서 발제 준비도 모임도 잘 마무리한 것 같습니다.
책 한 권을 읽고 1시간 반, 2시간 정도로 10명 가까운 이들이 모여 대화를 나눈다는 건, 그리고 모두 각자가 필요로 한 걸 얻어갈 수 있다는 건 참 쉽지 않은 일이지만 우리는 그걸 해냈습니다. 왜냐하면 책을 읽은 모든 주제를 완벽하게 커버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에 어떤 의도나 해석을 덧붙이지 않고 나의 생각으로 듣고 흡수했으니까요.
각 장별로 주요 문장들을 인용하고, 관련해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질문들을 준비해서, 순서대로가 아니라 원하는 주제에 대해 먼저 얘기를 나눠봤는데요. 첫 주제가 "제8장 관계"였어요. 역시나 함께 살아가는 우리들은 관계에 대한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죠. 에크하르트 톨레도 "때로 인간관계는 지옥이다. 때로 인간관계는 커다란 정신 수행이다."라고 말하고 있을 정도이니까요. 한 분은 내가 이러한 책을 읽고 마음 수양을 하여도, 상대방이 전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씀하시기도 했고, 다른 한 분은 가장 마음을 열고 동감하며 읽을 수 없었던 부분이 8장이었다고도 하셨답니다.
이후에도 '나의 에고', '자연', '안과 밖의 고요함', '생각하는 마음을 넘어서' 등 여러 장의 내용들을 보며 나의 이야기와 우리의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한 가지 느꼈던 점은 각 장마다 다른 주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이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었어요. 즉, 에고, 소란함, 감옥, 지옥 등은 "나 스스로가 만들어내 나 자신을 괴롭히는 어떤 것"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고, 순수의식, 맑은 마음, 고요함이란 것들은 그 너머에 존재하는, 내가 이르고자 하는 지향점이라고 볼 수 있더라고요. 결국 진리라고 하는 것은 다른 듯 같은, 같은 듯 다른 이야기들을 각 장에서 반복해 읽으면서, 내 안에서 강화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저는 여름과 겨울엔 한국을 떠나 유럽에서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하면서 자연에 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하는데요. 그렇게 하면서도 왜 그렇게 멀리까지 가는지, 왜 자연이 그토록 중요한지 저 자신도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고요함의 지혜> "제7장 자연"을 읽고 깨달았어요. 자연에서 나는 맑은 마음을 찾는구나 하고요. 그리고 한국에 들어오면 왜 제가 바쁘게 살려고 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애쓰는지도 깨닫게 되었어요. 자연을 자연스럽게 매일 만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계속 유럽으로, 자연으로 떠나는 것을 멈추지 않으려고요. 그리고 한국에서도 자연 속에서 나의 순수의식, 나의 맑은 마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