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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우진 Jul 26. 2019

개인의 특별함을 이해하는 것

<평균의 종말, 토드 로즈>


평균값은 어떤 한 집단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사용됩니다. '부자들이 평균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재산', '서울대에 합격한 학생들이 평균적으로 공부한 시간', '악당들이 가지고 있는 평균적 이미지', '삼성에 취직한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가지고 있는 스펙' 등등 개인의 특성보다는 집단을 설명할 때 자주 쓰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현재의 자신의 모습과 자신이 목표로 하는 집단의 특성을 비교해 어떤 특성을 가져야 저 집단에 속할 수 있을지 계획을 마련합니다.



주먹왕 랄프, 디즈니

 디즈니에서 제작한 <<주먹왕 랄프>>라는 애니메이션이 있습니다. 주인공인 랄프는 게임의 악역으로 주먹으로 뭐든지 부숴버리는 것이 특기입니다. 게임 출시 30주년 기념 파티에 초대받지 못한 랄프는 게임 속 주민들에게 자기도 게임의 중요한 일원이니 존중해 달라고 항의합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런 랄프에게 넌 건물이나 부수는 나쁜 놈이니까 안돼! 인정을 받고 싶다면 착한 사람이 받는 메달을 가져와! 라며 무시합니다. 기분이 상한 랄프는 다른 게임으로 건너가 메달을 가져오려 합니다. 하지만 메달을 구하는 과정 중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고 자신만의 능력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주민들의 인정도 얻어냅니다.  착한 사람만 얻을 수 있다던 메달은 결국 인정을 얻는 데 필요한 핵심적인 요소가 아니었습니다.


 현실은 어떨까요? 학창 시절 ADHD 진단을 받는다면 학업적 성취는 물론 직업적 성취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하루빨리 적당한 일을 찾아 사는 게 옳은 길이라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이런 편견을 뒤집고 만화영화의 주인공처럼 인생역전에 성공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평균의 종말>>의 저자인 토드 로즈입니다. 그가 이런 인생역전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평균주의의 시대에서 탄생한 개개 인성


 집단의 특성으로서의 평균은 테일러리즘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테일러리즘은 산업 생산성 제고를 위해 각 공정마다 하나의 최선책을 선정해 전체 산업 공정을 표준화하여 모든 노동자들의 작업 방식을 고정시키는 방식을 이야기합니다. 테일러리즘은 산업계에 엄청난 혁신을 가져다주었고 산업계를 넘어 교육계와 기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평균과 표준화가 당연시되는 평균주의의 시대가 된 것입니다.  이러한 평균주의의 시대에서는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사람이 대접받는 것과 열등한 사람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는 것이 당연시되었습니다.


 <<평균의 종말>>의 저자인 토드 로즈는 중학생 때 ADHD 진단을 받으며 학업을 이어가는 것이 힘들다고 판단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토드 로즈는 하버드 교육대학원에서 지성·두뇌 교육과 개개인학 연구소를 맡아 이끌고 있습니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던 걸까요? 더군다나 생활보호를 받을 정도로 어려운 처지에서 가족들을 부양하면서 말이죠. 저자는 이 것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사실 내가 인생 반전을 맞을 수 있었던 것은 처음엔 직관에 따라, 또 그 뒤엔 의식적 결심에 따라 개개 인성의 원칙을 따랐기 때문이었다." 이 개개 인성의 원칙은 무엇일까요?


 개개 인성의 원칙은 평균주의 과학자로서 오랜 기간 활동한 피터 몰레나(Peter Molenaar)에 의해 시작되었습니다. 평균주의 사고방식을 기초로 한 분석법을 활용하여 학문적 성취를 이룬 사람이지만 우연한 기회에 평균주의의 함정을 발견하고 개개 인성에 대한 연구 합니다. 하지만 사회는 평균을 평가와 모형화, 유형화의 강력한 무기로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평균을 사용하지 못한다면 무엇을 활용해야 하느냐는 의문을 던집니다.


 이러한 의문에 <<평균의 종말>>에서는 들쭉날쭉의 원칙, 맥락의 원칙, 경로의 원칙이라는 세 가지 원칙을 사용해 평균에 대한 의존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 합니다.


일차원적 판단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인간의 특성

 

기업, 학교, 연구소 등 사회에서는 우수한 인재를 뽑기 위해 노력합니다. 수많은 지원자 중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역량을 가진 사람을 구별해내기 위해 평가기준을 마련합니다. 많은 경우 표준화된 점수 체계를 활용하여 역량평가를 진행하지만 완벽한 평가기준은 존재하지 않는 듯합니다. 2004년 구글 인사부에서 분석 업무를 맡은 토드 칼라일은 기존의 채용 기준이 완벽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어떤 요소들이 업무역량에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해보기로 합니다. 검증 결과 단 하나의 변수가 중요한 지표가 되는 경우는 어느 업무 영역에서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인간의 재능이 다차원적이고 상호 연관성이 낮기 때문입니다.  과학적 연구를 통해 인간의 지적 능력 사이에서 강한 상호 연관성을 발견하리라는 기대를 갖고 1890년대에 제임스 커텔이라는 과학자가 실험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실험을 진행한 결과 기대와는 달리 지적 능력 사이에 사실상 상호 연관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지적 능력뿐 아니라 성적과 IQ, 과목 간 성적 사이에서의 상호 연관성도 낮았습니다.


 1939년에 처음 개발되고 지금까지도 꾸준하게 개정되고 있는 웩슬러 성인용 지능검사(WAIS)라는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지능 검사법이 있습니다. 이 WAIS를 통해 같은 지능지수를 가졌다고 판별된 사람도 세부항목들을 살펴보면 각각 다릅니다. 판단능력이 뛰어나지만 어휘능력이 약할 수도 있고 추리능력이 강하지만 공간지각 능력이 약할 수도 있습니다. 평균적으로 나타낸 일차원적 IQ는 같을 수 있지만 들쭉날쭉한 다차원적인 특성을 지닌 재능은 같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지능지수 같은  수치화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닌 성격이나 행동 측면은 어떨까요? 행동에 관해서도 일차원적인 분석을 통해 본질을 알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특성론자들과 상황론자들이 대표적입니다. 특성론자들과 상황론자들의 학술적 논쟁이 최고조에 달하던 1980년대 스탠퍼드대학교 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유이치 쇼다는 성격과 행동에 대한 연구를 통해 특성이나 상황이 행동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특성과 상황 사이의 독자적인 상호작용을 거쳐 행동이 발현되며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질이나 행동의 표준적 경향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도출합니다. 이것이 바로 맥락의 원칙입니다.


 학창 시절 활발한 성격을 가졌다거나 차분하고 얌전하구나 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이 두 이야기를 동시에 들은 적이 있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 학교에서는 활동적인 이미지를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동아리 공연 준비도 주도적으로 하고 반마다 아는 친구들도 많고 어디를 가도 이야깃거리가 멈추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공부를 하기 위해 학교에서는 좀 떨어진 유명한 학원에 가서는 완전히 다른 이미지를 가진 사람으로 기억됐습니다. 그 학원에는 기존에 아는 친구도 없었고 제가 잘 보이고 싶은 예쁜 여학생이 있었습니다. 그 여학생은 공부를 잘하는 반에 있었고 같은 반에서 수업을 듣고 싶은 마음에 조용히 공부만 열심히 했습니다. 그 결과 그 학원에서는 공부만 하는 조용한 아이로 인식되었습니다. 만약 어느 한 모습이 거짓된 모습이었다면 제 자신이 불편해서 오래 지속하지 못했을 겁니다. 이처럼 같은 사람이라도 맥락에 따라 행동이 달라집니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고 맥락과 행동을 관련지어 생각하게 된다면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저는 의식하지는 않았지만 대학을 입학할 때까지는 맥락을 이용해 성과를 내는 방법을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남들보다 적게 공부하고도 비슷하거나 더 나은 점수를 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대학 진학 이후에는 학습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습니다. 대학만 가면 모든 것이 해결될 거야 라는 믿음 때문이었는지 어려운 전공과목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전공에 대한 흥미도 잃어버려 취업에 대한 기대도 접고 고시를 준비하기 시작합니다. 시험을 쳐서 합격이 결정된다는 점이 수능과 비슷해 보여 더 끌렸습니다. 그렇게 다시 시작한 수험생활에서 결과를 내지 못하고 실패합니다.


 포기하지 않는 마음과 성공으로 향하는 다양한 길


 저는 사회에서 말하는 성공적인 삶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 인생은 여기서 끝일까요? 그건 절대 아니지요. 성공에 이르는 길은 다양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잘 정비된 직선형 포장도로일 수 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구불구불한 산길일 수 있습니다. 내가 가야 할 길이 구불구불한 산길이라면 개개 인성을 이해하는 것이 훌륭한 도움이 될 것입니다. 책에서는 특정 목표에 이르는 길은 다양하며 각각은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는 것과 최적의 경로는 개개 인성을 기반으로 구축된다는 것을 경로의 원칙의 중요한 두 가지 요소로 소개합니다. 저는 여기에 한 가지 요소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인내입니다. 사람은 실패를 통해 일반적인 성공경로와 본인이 가야 할 길이 다름을 인지합니다. 개개 인성을 확립하고 성공으로 다가가는 길에서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것이 반복된 실패입니다. 실패를 결과로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실패자가 됩니다. 하지만 실패를 과정으로 받아들인다면 실패는 디딤돌로 쓰입니다. 고통스럽지만 실패를 인내하고 다시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고시 준비를 그만둔 이후 일도 잠깐 해보고 작은 규모지만 장사도 해보았습니다. 문제풀이 공부만 하던 저에게 사회는 정말 쉽지 않더군요. 살아남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해졌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유튜브를 통해 데일리 리포트를 접하게 되었고 체인지 그라운드를 알게 되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읽기만 했습니다. 아내가 책 내용을 물어보면 좋은 책이었어.. 라며 얼버무렸습니다. 부끄러움에 책을 제대로 소화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서평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확실히 서평을 써보니 책 내용이 훨씬 더 기억에 많이 남았습니다. 서평을 쓰던 중 다른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면 책 내용이 훨씬 입체적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개인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고 맥락이 다르니 같은 책을 읽어도 느끼는 바가 조금씩은 다를 것입니다. 이런 생각들을 나누고 사고의 폭과 깊이를 확장하기 위해 씽큐 베이션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쉽진 않겠지만 성장에 있어 정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3개월 동안 열심히 책 읽고 즐겁게 활동하겠습니다. 이런 좋은 기회를 마련해주신 대교와 체인지 그라운드 관계자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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