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넘치시던 아버지가 지금은 그렇지 않다.
난 어린시절의 기억이 별로 없다.
하지만 어렸을 때 외가 식구들과 피서철이면 전국 여기저기 함께 놀러갔던건 기억난다.
그 기억들은 부모님댁에 있는 오래된 앨범을 볼 때 되살아나곤 한다.
사진 속에서 나를 비롯한 어린 아이들에게 물에 들어가기 전 준비운동을 시키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아버지다.
어머니는 내가 어린시절 가정형편이 여유롭지 않아 지금도 그 시절만 생각하시면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하신다. 하지만 어린 시절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내게는 그 시절이 그렇게 힘들었는지 전혀 기억이 없다.
오히려 내가 어느 정도 크고 나서는 아버지가 하시던 일이 잘되어, 지금까지 내게 아버지는 자신감이 넘치시는 분이다.
오늘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부모님과 함께 식사를 했다.
여느 때처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맛있는 식사를 했다.
무척이나 평범했다.
그런데 오늘은 대화를 할 때 뭔가 다름이 느껴졌다.
원래 이런저런 푸념을 종종하시고는 했지만 이상하게 오늘은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내 귀에 탁탁 꽂혔다.
이제는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해 따라가지를 못하겠다.
돈의 가치가 계속 떨어져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이제는 떡국을 10 그릇 남짓 먹으면 90살이 된다.
감사하게도 아버지의 건강이 특별히 나쁘신건 없지만,
내가 기분좋게 생각해오던 아버지의 '자신감'이 약해졌다는 생각이 들며 마음이 무거워졌다.
나도 나이를 먹고 있지만,
아버지는 나보다 더 무겁게 느껴지시겠지.
2026년에는 아버지와 여행을 가봐야겠다.
- grabhoh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