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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일라 May 09. 2022

외로움이 나를 깎는 날에

하나님이 달과 별 사이로 들려준 이야기

돌이켜보면 10대나 20대나 나는 외로움에 울었다. 

어렸을 때는 그 허한 마음을 외로움이라고 정의하지 못해 여러 가지 어리석은 방식으로 그 허한 것을 채우려고 분투했다. 이전보다 조금 더 자라고 자신을 더 알게 되고 나서 그게 외로움인 것을 알았다. 


허한 것이든 외로운 것이든, 어떤 것이든 간에 내 마음 한 구석이 '비어 있음'을 늘 자각하며 살았다. 나는 진정으로 나를 채울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찾아다녔다. 철학 공부는 그런 나에게 내 자신에 빠지지 않는, 다각적인 사고를 하게 했고 논리적인 생각을 하도록 도와주었다. 누군가의 진솔한 언어로 쓰여진 문학작품으로 위로를 받았다. 음악. 활력이 있는 음악이든 슬픈 선율의 음악이든 그것들 각자가 전달하는 다른 종류의 분위기에 나를 젖어들게 해주었고 영화는 나에게 잠시나마 다른 쪽의 삶들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었다. 눈앞의 작은 스크린 안에서 일어나는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질 때 나도 그러한 작은 세상을 창조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 작은 세상이 큰 세상을 보게 하는 현미경이 되도록 말이다.


물론이다. 이 모든 것들이 나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고 내가 나를 질식시키는 외로움에서 벗어나는 데 어느 정도 일조했다는 것이.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은 많은 도움을 주었으나, 본질적인 문제로부터 나를 구원할 수는 없었다. 구원자로 삼는 순간 그것은 등을 돌리며 원래 그것이 지니고 있던 한계를 보였다. 예술은, 학문은,  나를 결코 구원할 수 없다. 결코 동등한 위치에 세울 수는 없지만 영원하지 않다는 점에서는 마약이나 술이나 담배도 그렇다.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이 있는 폴란드 프쉐미시에서


나는 진리를 갈망했다. 누군가 무엇을 원한다면 아무 이유도 없이 그것을 원할 수는 없다. 그것을 다 모르지만 이유가 있는 것이다. 전쟁으로 괴로워하는 자는 전쟁이 없이 평화로운 상태로 돌아가도록 하고 유지시켜줄 수 있는 그런 진리를 원할 것이다. 그런 것처럼 나도 오랜 시간 외로움과 함께 지내며 싸우기도 했던 나는 더 이상 외로움이 없는 그런 상태로 나를 인도해줄 그런 진리를 원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리스도인인 나는 그러한 진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발견하였다. 그것은 30년 안되는 삶의 길들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강화되기도 했고 사그라들기도 했다. 이미 진리를 알았다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그 이후의 삶은 완전히 변화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물을 수도 있겠다. 물론 나는 변화되었다. 그러나 나의 상황은 그대로다. 더 좋아질 수도 나빠질 수도 있다. 그것이 내게 주어진 매일의 삶이다. 무엇보다 내가 믿는 그리스도는 고난의 길을 살다 갔고 우리가 제자라면 우리도 그러해야 ‘한다’고 말하셨다. 고난이 있다면 그게 오히려 맞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분을 알고 그 사랑을 믿고 그를 따르는 삶에는 무한한 기쁨과 평안이 있다. 그것은 앞서 나열했던 세상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어떻게 그것을 누릴 수 있느냐 묻는다면 그분에게 기도하고 작은 씨앗만한 믿음이라도 드리겠다고 고백해 보라. 하나님의 뜻이 있다면 내 삶에서 이루어지게 해달라고 기도해 보라. 당신의 외적인 삶은 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분의 손에 붙잡힌 당신은 이제 어디로도 갈 수 없이 그분과 하나이며 그가 주는 안식과 평안을 누리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오늘은 내가 나를 괴롭히던 외로움을 한번 더 마주한 날이다. 예민하고 우울한 기질이 있는 나는 아마 평생을 이런 외로움을 만나며 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더 이상 잠깐 슬퍼하고 힘들어하는 것 이상으로 나를 쓰러뜨리지 못한다. 그리고 그것이 C. S. 루이스가 말했듯 오히려 “하나님께서 나에게 보내주시는 매일의 삶”인 것이다. 나는 오늘과 같은 날 고개를 높이 들고 하늘을 본다. 우크라이나 국경과 멀지 않는 폴란드 프쉐미시의 밤하늘을. 별들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고 달 주위로 많은 구름들이 에워싸고 있다. 외로움에 울었을 때 하나님께서는 내게 말하셨다.


“구름들이 저 달을 잠깐 가린다고 이 세상에 태초에 존재했던 것과 같은 흑암이 찾아오지는 않는다”


그렇다. 이 얼마나 시인과 같은 분이신지! 구름이 달을 가린다고 흑암이 되지 않듯 삶에 나의 눈에서 비를 쏟게 하는 먹구름들이 끼어도 저 달빛과 같은 하나님은 늘 나를 비추시며 그곳에 존재하신다.

그런 빛으로 내 마음이 켜졌을 때 눈물이 다 흘러내리고 내가 더 선명한 시야로 하늘을 올려다보기 시작했을때 많은 별들이 내 머리 위에서 빛나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많은 별들이 구름에 가려 있음도 보였다.


“저 별처럼 많은 숫자가 다 너의 친구며 동역자가 될 것이다.

나의 구원과 은혜들은 너에게 아직 가려져 보지 못한 수많은 별과 같다.”(고린도후서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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