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 속에서 행복과 평화를 느끼던 개와의 만남
카자흐스탄의 명절 휴일을 맞아 알마티 근교의 쉼볼락(Shymbulak)산에 놀러온 날에는 눈이 아주 많이 내렸다. 산장 밖으로 펼쳐져 있는 산은 안개가 자욱해 잘 보이지도 않았다. 그 안개들은 천천히 움직이며 아직 희미하게 보이는 산의 모습마저 하얗게 덮으려 하고 있었다. 그것은 너무 조용하고 평화로워서,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내 자신까지도 평온하게 만들었다. 바깥은 눈들이 거센 바람에 몸을 맡겨 빙글빙글 몸을 돌며 내리는데, 내가 서 있는 안쪽에서는 내 숨소리만 고요히 들리는 정도니까. 역설적이게도 바람과 눈의 역동적인 활동들을 보고 있자니 안쪽에 서 있는 나는 더 고요하고 차분해지는 것 같았다.
휴가의 첫날 산장에 챠우챠우 한 마리가 있는 것을 보았다. 녀석의 외모는 확실히 눈길을 끌었다. 챠우챠우 종답게 덩치가 있었지만 엄청 큰 대형견은 아니었다. 녀석은 뒷다리 하나를 절었고 검은 털은 듬성듬성 갈색 털이 마구 엉켜 있어 지저분해 보였다. 검게 그을린 듯한 털 때문인지 안 그래도 작은 눈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 동물에게 시야라는 것은 과연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무심한 듯 앉아 있는 개에게 호기심이 생겨 가까이 다가갔다. 그는 그저 날 지나가는 나비를 보듯 흘깃 보았을 뿐, 이내 관심을 끌지 못한다는 듯 고개를 홱 돌려버리는 것이었다.
휴가를 온 지 이틀째, 눈은 계속 거칠게 내렸다. 휴가를 보내러 기껏 산 속으로 왔는데 눈 때문에 옴짝달싹도 못하고 실내에만 있어야 했기에, 눈 오는 바깥을 바라보고 있는 것 외에는 다른 할 일이 없었다. 그러다 무심코 아래를 보았을 때 나는 어제의 그 챠우챠우가, 지붕도 없는 마당 한가운데에 앉아 눈을 맞고 있는 것을 보았다.
개는 거칠게 내리는 눈발 사이로, 자신이 있을 곳을 마침내 찾았다는 듯 편안히 누워있었다. 나는 순간 그 모습에 강하게 사로잡혔다. 무언가 강하게 나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바깥은 눈발이 휘몰아치고 있다. 밖에 나오게 되는 누구라도 몸을 휘감는 바람을 피해, 눈 때문에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어서 실내에 들어가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녀석은 오히려 눈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그것들이 자기의 까만 몸을 덮어 하얗게 만들든지 말든지 전혀 상관하지 않으면서. 눈발이 더 강하게 내리면 내릴수록 녀석과 그 엉클어진 털들은 더 정적인 듯 보였다. 마치 처음부터 거기 세워졌던 돌처럼, 온갖 것들이 흔들리는 그곳에서 오직 녀석만 고요했다. 마치 전사들이 서로 쫓고 쫓기는 전장에서 홀로 유유하게 서서, 삶이든 죽음이든 어떤 쪽이든 자신을 덮칠 것을 기다리는 병사와도 같아 보였다.
나는 그 개를 오랫동안 내려다보다가, 지금 그에게 가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저기 앉아 있는 개의 무엇인가가 나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저 개는 왜 눈보라 한가운데 있는 것일까. 과연 거센 눈발 속에서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 한편으로는 발을 저는 개이기에 무언가가 잘못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걷기 힘들어 눈 속에 주저앉았을 수도 있을 것이다.
서둘러 겉옷을 걸쳐 입고 걱정과 궁금함이 뒤섞인 마음으로 문을 열자마자 거친 눈바람이 훅 하고 덮쳐 들어왔다. 눈들은 빠르게 내 몸 위로 떨어졌고, 성미 급하게 녹으면서 물길을 만들어냈다. 나는 벌써 발등에 올 만큼 쌓여버린 눈을 퍼석퍼석 밟으면서 녀석에게 다가갔다. 자신에게 천천히 가까워지는 내 발소리를 들었는지 개는 어제처럼 내가 있는 쪽을 한 번 흘깃 쳐다보고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다시 자신의 세계로 돌아간 듯했다.
녀석의 앞에 쭈그려 앉았다. 역시 미동도 없다. 나는 추운 눈보라를 맞고 있는 녀석이 혹여 추울까 해서 털에 잔뜩 묻은 눈을 털어주었다. 녀석의 코에도, 눈을 덮는 털에도 눈은 잔뜩 쌓여 있었다. 털은 이제 엉기다 못해 얼어 있었다. 하지만 몇 초 뒤면 털어낸 그 자리에 눈이 떨어졌기 때문에 그것들을 털어내는 것은 불필요한 행동이었고, 녀석도 그것을 아는 듯했다. 개가 이곳에 계속 앉아 있는 한 눈을 터는 행동은 무의미했던 거다. 나는 털어주는 행동을 멈추고 녀석을 바라보았다. 그 평안함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진정되었고, 녀석과 함께 눈을 맞았다. 물론 우리는 어떤 대화도 주고받을 수 없었으나, 잠시나마 나와 녀석이 연결되어 있다고 느꼈다. 서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그 날의 기이한 만남 이후 우연히 산장 직원 중 한 명을 만났다. 이곳에서 꽤 오래 일한 듯 보이는 그녀는 그 개 또한 잘 알고 있을 것이었다. 그녀에게 그 개에 대해 말했더니, 그녀는 그 개의 이름이 ‘샨티’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이어서 나는 그녀에게 그 개가 눈이 오는 바깥에 오래 앉아 있는 것이 괜찮은지 물었다. 그녀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요! 그는 엄청 행복한 상태였을걸요. 그는 눈 오는 날씨를 무척 좋아한답니다.”
순간 조금 놀라고, 이내 미소가 지어졌다. 그가 행복한 상태였다니.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녀석을 오히려 순전히 나만의 생각으로 거세게 내리는 눈 속에서 힘들 것이라는 일반적인 생각으로 보았던 것이다. 그 생각이 어쩌면 그의 시간을 방해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또한 내가 그에게 강하게 끌렸던 것은 그가, 누군가는 힘든 상태라고 보이는, 눈보라 속에서 온전히 그 시간을 즐기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평소에는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의 신비로움에 말이다.
아, 나도 그 챠우챠우처럼 살고 싶다. 바깥의 눈이 흩날릴 때 그와 같이 내 마음 또한 중심을 못 잡을 정도로 거세게 흔들릴 때, 나는 다시 그 산장에 꿋꿋히 홀로 앉아 있던 차우차우 한 마리를 떠올릴 것 같다. 눈보라 속 조용한 강인함의 상징과도 같던 그 개를. 그의 모습은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남아 있을 것이다. 나는 또 그 개가 느꼈던 행복에 대해서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눈보라 속에서 행복해했던 순간을 말이다. 조금 후면 사라져 녹을 눈을 털어내느라고 걱정하지 않으면서, 내리는 눈을 묵묵히 맞았던 엉킨 털의 챠우챠우를. 그리고 그 거센 평화 속에서 우리가 함께 앉아있었던 것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