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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Dec 16. 2022

오직 쓰는 것만이 줄 수 있는 감각들

am9:00 매일, 책상 앞에서


당신이 쓰고 싶은 것을 쓰는 것.
중요한 것은 오직 그뿐이다.
그것이 오랫동안 가치 있을지,
아니면 몇 시간 안에 사라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버지니아 울프-



매일 아침 9시가 되면 출근하듯 커피를 들고 책상 앞에 앉는다.

뭘 쓸까 고민하며 노트북을 연다.

초등학교 때부터 잘하는 과목은 국어였고 좋아하는 일은 독서, 자신 있는 것은 글쓰기였다. 그래서인지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나의 마지막 직업은 '작가'이고 싶었다. 남편에게도 노후 걱정 말라며 내가 글을 써서 먹고살게 해 주겠다고 큰 소리를 쳤다.








퇴사를 했고 내게는 글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그런데 막상 판이 깔아지니 주춤하게 된다. 어떤 글을 어떻게 써야 할지 머릿속에서만 맴돈다.


서점에 나가 글 쓰는 법에 대한 책을 여러 권 사 왔다. 모든 책에서 '남에게 읽히는 글이 진짜'라고 말한다. 그 뒤로 브런치나 블로그에 글을 업로드하고 나면 조회수와 공감수에 예민해졌다. 알람이 여러 번 울리면 기분이 좋았고 잠잠하면 내가 뭘 잘못 쓴 건가, 스스로 트집거리를 찾았다.


매일 아침 노트북을 열지만

내가 지금 쓰고 있는 글이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것인가에 막혀 매번 빈 화면을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노트북을 덮었다. 쓰다만 글이 한 달째 쌓여만 갔다.




조회수와 라이킷에 가려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잊고 있었다.



노트북의 빈 페이지를 노려보다가 문득 주변을 둘러봤다.

햇살이 드는 책상 위에는 읽다만 책들이 겹겹이 쌓여있 커피잔이 아무렇게나 놓여있다. 행복했다. 아, 나 지금 정말 좋은 순간을 보내고 있구나.


내가 그토록 바라던, 쓰고 싶은 글을 원 없이 쓸 수 있는 순간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구나. 누가 읽어주지 않아도 나는 충분히 행복한데.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조용한 거실 책상 앞에서 아무 방해 없이 오롯이 쓰고 싶은 것을 쓰는 이 순간의 감각이다. 묵직한 공기와 가벼운 타자 소리가 주는 만족감, 쏟아져 나오는 생각들을 잊을세라 주워 담는 기쁨, 더 읽고 싶고 더 쓰고 싶은 설렘 같은- 오직 쓰는 것만이 줄 수 있는 감각들.


어떤 글을 쓸 것인가.

지금 나의 답은 '내가 쓰고 싶은 글'이다.

'글 쓰는 법' 책은 당분간 보지 않 생각이다. 나의 글이 차분히 쌓이는 일 아침 9시를 즐겨보려고 한다.


글 쓰는 일로 먹고사는 사람이 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다. 쓰고 싶은 것들을 원 없이 써본 뒤에 생각해 봐도 되겠지. 일단은 즐기는 사람은 아무도 이길 수 없다는 말을 믿어 봐야겠다.



나는 나만의 스타일을 고수하고 나만의 방식대로 계속 써야 한다.
그렇게 해서 다시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반드시 실패한다고 확신하니까.

- 제인 오스틴-


* 참고 도서 : 작가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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