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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Mar 17. 2023

10년 치의 최선을 다 해볼 것

am9:00 매일, 책상 앞에서

한 달 전쯤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전에도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운동을 하긴 했지만 가장 쉬운 운동을 찾아 하거나 힘들만하면 '난 힘든 건 질색이야' 라며 그만두었다.

당연히 살은 빠지지 않았고, 이제 운동을 해도 굶어도 살이 빠지지 않는 나이라며 아무렇지 않게 나이 탓을 했다.


휴대폰 사진을 정리하다가 지난여름에 찍은 사진을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거의 10살은 더 들어 보이는 -이중턱에 두툼한 팔뚝과 푸석푸석한 안색의-몸을 감추는 커다란 원피스를 입은, 생경한 모습의 내가 있었다. '이게 나라고?'우울했다.

그리고 이 모습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몹시.




운동복을 입고 거울 앞에 섰다.

늘 하던 '초보자도 따라 하는 유산소'말고 강도가 좀 높아 보이는 운동을 골랐다.

(2주만 따라 하면 핏이 달라진다는 달콤한 제목의 운동이었다.)


힘이 들었다.

덤벨을 든 손에 땀이 나고 팔이 아파왔다.

당장이라도 덤벨을 내려놓고 싶었지만 사진 속 나를 떠올리며 참았다. 15분쯤의 운동이 끝났고 온몸이 땀투성이다. 슬렁슬렁 대충 하던 30분간의 운동보다 훨씬 더 단단해진 기분이 들었다. 내친김에 힘들어 보이는 운동을 몇 개 더 골라서 연속으로 재생했다. 그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덤벨을 들고 거울 앞에 섰다.


일주일쯤 지났을 때 거울 속의 내가 좀 달라져 보였다. 꽉 끼어서 입기 불편했던 옷을 꺼내 입었다.

이게 웬일인가. 여유 있게 맞는다.

예전처럼 무리하게 단식을 시도하거나 먹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지 않았는데, 단지 같은 시간에 거울 앞에 서고 숨이 차오르는 순간을 딱 몇 분 더 참았을 뿐인데. 내 모습이 변했다.

신이 나서 좀 더 강도 높은 운동을 찾았다.

10분 참았던 것을 좀 더 늘려가며 운동을 끝냈다. 매일매일 조금씩 거울 속의 내가 나아졌다. 이제는 좀 힘든 날에도 어김없이 운동복을 챙겨 입는다. 힘들어야 변한다.

이 당연한 메시지를 이제야 몸소 깨달았다.





나는 그동안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았는가.

문득 던져본 질문의 답은 '아니요'다.

돌이켜 보니 최선을 다해본 적이 없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아주 열심히 하지 않아도 중간쯤 가는 삶에 만족했다. '그다지 노력하지 않아도 나쁘지 않아'라고 말이다. 어쩌면 끝까지 가보지 않아서, 나빠질 것도 없었는지 모른다.

퇴사를 하고 나서도 특유의 '적당주의'로 이렇게 살아도 나는 뭔가 이룰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무슨 자신감이냐고 묻는 남편에'그냥 난 그렇다'라고 했다.


그러던 내가 두려워졌다.

빼어난 재능과 감각을 아무렇지 않게 발휘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어,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더 나아지려면 더 많이 써보고 경험해 봐야 하는데 제를 알면서도 초조해지면 그뿐.

여전히 나는 하다 말다를 반복했다.


나만의 글을 쓰겠다고 다짐했지만,

글을 쓰다가도 힘든 지점이 오면 슬그머니 책상 앞을 떠났다. 그림도, 유튜브도 모두 찔끔찔끔하다가 멈췄다. '힘든 지점'을 넘겨볼 생각은 애초부터 하지 않았다.


평생 좋아하는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면서 사는 꿈을 꾸고 계획했지만 정작 나는 힘들어지기 직전에, 늘 그렇듯 돌아 나왔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성공하기란 나한테는 불가능한가 보다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이 일을 정말 좋아하고, 내 꿈이라고 말하려면 잘할 때까지 해야 한다.
모험이 무모한 도전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잘하게 만드는 것
또한 나의 책임과 의무다.
좋아하는 일을 취미반에서
프로 수준까지 끌어올리려면
피눈물 나는 실행이 필요하다.
-김미경, 드림온-



우아하게 커피 마시면서 쓰고 싶을 때만 글을 쓰는 것은 그저 취미다. 기분에 취하는 것과 진심으로 즐기는 것은 다르다. 리고 이루고 싶은 일과 취미는 당연히 달라야 한다. 만일 취미라면 '열심을 다하는 취미'가 되어야 한다.


그만두고 싶을 때 10분을 더한다.

그리고 그 지점을 조금씩 더 높여간다.

그래야 내가 좋아하는 일이 취미로 머무르지 않고 잘하는 일로 변할 수 있다.


힘듦을 느끼는 순간,

이제는 돌아 나오지 않겠다.

나는 조금 더 나아가겠다.


손에 쥔 덤벨을 놓지 않고, 쉽게 노트북을 덮지 않고 끝까지 글을 마무리하겠다. 림이든, 사진이든 하고 싶은 일들의 끝까지 가보려고 한다.


딱 10년 치의 최선을 다 해야지.

10년 뒤의 내가 최선을 다한 나를 떠올리며 

이제 좀 적당히 살아도 되겠다. 생각할 수 있을 때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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