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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Mar 20. 2023

내 인생에 대한 관심

am9:00 매일, 책상 앞에서

아무도 나만큼 내 인생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중요한 것은 내 소신과 고집이다.
-김미경, 드림온-



초등학생  나는 미술학원이 다니고 싶었다.

밑바탕을 그리는 것은 자신 있는데 색칠을 잘 못해서 배우고 싶었고, 만들기를 하는데 내가 구상한 데로 만들 요령이 없어 매번 용두사미로 끝나는 미술시간이 그렇게 아쉬웠다. 조금만 배우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반면 엄마는 피아노에 욕심이 있었다.

학교 입학 전부터 시작한 피아노 학원을 중학교 1학년 무렵에 관뒀으니 참 오래도 다녔다.

그다지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피아노를 전공할 형편도 아니었는데 다른 건 몰라도 피아노는 다녀야 한다는 엄마의 고집 때문에 억지로 피아노 학원 문턱을 넘었다.

만기 된 적금으로 피아노를 사주시며 더 열심히 치라고 독려(?)까지 해주셨다.

(그 시절로 돌아가 엄마를 말리고 싶다!)

피아노와의 인연은 중학생이 돼서야 끝났는데 정말 거짓말을 하나도 보태지 않고 그만두고 난 다음날부터 악보 보는 법을 잊었다.

7년 매주 3번씩 꼬박꼬박 친 피아노였는데 잊는 건 순식간이라니.

지금도 난 피아노를 잘 치지 못한다.


엄마는 없는 형편에 피아노를 가르쳤는데 내가 열심히 하지 않아서 이렇게 되었다고 한탄한다. 왜 그렇게 피아노 학원을 보낸 거냐고 물어도 딱히 이유가 없다.


초등학생 인생에 딱 하나 하고 싶었던 일이 그림 그리는 거였는데. 체르니 100번 이후로 피아노는 내게 부담만 되었을 뿐이야.라는 답답한 원망을 속으로 삼킨다.

'그림은 그려서 뭐 하냐, 피아노는 듣기라도 좋지'라는 엄마만의 생각을 지금도 설득할 자신이 없으니까.






이제는 여기저기서 쉽게 그림을 배울 수 있다. 학원을 가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강의를 들을 수 있고 비싸지 않은 재료들로 실제로 그림을 그리거나 디지털 드로잉을 할 수도 있다. 미술학원을 엄마가 보내주지 않아서라는 넋두리를 접어둘 때가 된 것 같다.


저녁 식사 후 그날 마지막 설거지가 끝나면 물기 묻은 손을 슥슥 닦고 노트북과 아이패드를 연다. 75세에 그림을 시작해서 101세까지 국민화가로 유명세를 떨친 모지스 할머니처럼 나도 '할머니 캐릭터 디자이너'가 될 수도 있다. 아무도 모를 일이다.


내가 내 인생에 가지는 관심을 놓지 않는 것.

이것이 내가 지금 아이패드를 여는 이유다.

나만큼 내 인생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없으니까. 내 인생에 관심을 가지는 1번은 당연히 내가 되어야 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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