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저녁과 별일 없는 대화를 나누는,
얼마 전 내 생일날, 남편과 저녁 식사를 하고 동네 LP 바를 찾았다. 공간을 가득 메우는 음악소리와 사방의 책장을 꽉 채우는 LP들이 녹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이다. 남편과 나는 위스키를 한잔씩 주문하고 무슨 음악을 들을까 고심하며 신청곡을 적어냈다.
음악을 기다리면서 주위를 둘러보니 옆 테이블의 한 가족이 눈에 들어왔다. 20대쯤의 딸과 부부가 앉아 와인을 비우고 있는 모습. 이렇게 함께하는 시간들이 많았는지 꽤나 익숙하고 자연스럽게 보였다. 세 가족 모두 와인을 홀짝이며 서로 어떤 곡이 듣고 싶은지 묻는다. 마이클 잭슨 노래가 나오자 아버지가 탄성을 지르며 리듬을 탄다. 딸아이는 웃는다.
그 모습이 어찌나 인상적이던지, 나도 딸아이가 크면 꼭 저렇게 와인을 같이 마셔야지 생각했다. 와인이 아니더라도 친구들과 할법한 일을 가족과도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살면 살수록 누군가를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내어준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기에 와인 테이블에 앉은 그 가족의 모습이 더 와닿았나 보다. 우리도 무슨 때만 겨우 모이는 그런 관계 말고 소소한 저녁 시간에 모여 별일 없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그런 사이면 참 행복하겠다. 우리 딸 참, 잘 키웠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