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교실은 닭장처럼 작았고 복도 끝에 있는 중앙에어컨에서 나오는 미적지근한 바람이 교실을 떠도는 허술한 중앙냉방 시스템이 가동 중이었다. 아이들은 덥다고 징징대기 시작했다. 교실 안에 있는 에어컨만큼 시원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못 참을 만큼 덥지도 않았는데 아이들 입장에선 공부하기 싫은 핑계를 찾아낸 셈이었다. 나는 오히려 이때다 싶었다.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놀이를 해 볼 기회다. 시냇물에 발 담그고 공부하기! 맑고 얕은 시냇물에 발을 담그고 공부하거나 책을 본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닭장 같은 교실에서 수업하며 그런 상상을 자주 했다. 이 아이들을 닭장이 아니라 맑은 자연 속에 풀어놓을 수 있으면...... 그러면 이 아이들은 자신 안에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깨달으며 독수리가 되어 날아오를 텐데.
그러나 학교처럼 현장 학습을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아이들과 만나는 공간은 학원뿐이었다. 하지만 생화가 없는 곳에 조화라도 있지 않은가. 나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너희들 덥지? 내가 시원하게 해 줄게!”
아이들이 반신반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너희들 책상을 옆으로 돌려서 서로 마주 보게 만들어봐.”
아이들은 의아한 표정이었으나 일단 책상을 서로 마주 보게 돌려 앉았다. 그러니까 칠판을 향해서 앞을 보고 있던 아이들이 옆 친구 얼굴을 마주 대하여 앉고 아이들 사이에 작은 통로가 생겼다.
“얘들아, 이제 너희들 발밑에 시냇물이 흐르고 있고, 너희는 양말을 벗고 시냇물에 발을 담그고 있는 거야. 시원하지?”
“헐~” 아이들은 매우 어이없어했다.
“이게 뭐예요?”
“시냇물”
“이게 무슨 시냇물이에요?”
“시냇물이잖아. 엄청 시원하지?”
“더 더워진 것 같아요!”
“그래? 그럼 책상 다시 앞으로 돌릴까?”
“아니오. 그냥 이렇게 공부해 볼래요”
그리고 그때부터 아이들의 상황극이 시작됐다.
“야, 니 때문에 내 지우개 물에 빠졌잖아.”
“샘, 얘가 나한테 물 튀겨요.”
“어 내 프린트 물에 젖었다.”
“책 젖어서 공부 못하겠어요.”
있지도 않은 물을 가지고 아이들은 신나게 물장난을 했고, 우리는 쉬지 않고 웃었다.
아이들의 상상력이란! 나는 겨우 없는 시냇물을 있다고 상상하는 수준인데, 아이들은 상상의 시냇물을 가지고 신나게 물장난을 했다. 그날 아이들과 웃으며 행복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닭장 같은 교실에서 주입식 교육을 꾸역꾸역 받으면서도 아이들은 아이다움을, 그 창의적인 천재성을 잃지 않았다. 그러나 학년이 올라갈수록 주입받은 생각만 토해낸다. 그것이 너무 안타깝다.
아이들의 천재성을 지켜주는 어른이 되고 싶다. 마음껏 이야기하고 웃고 뛰놀며 그러면서도 각자의 재능에 따라 무언가에 몰두하는 아이들이 되게 하고 싶다. 시냇물 졸졸 흐르는 학원의 원장님이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