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치앙마이
집을 떠나온 지 딱 일주일째다.
평소였다면 지금쯤 돌아갈 짐을 싸거나, 업무 복귀를 준비하거나, 이미 일상으로 돌아가있을 테지만 이번엔 여전히 치앙마이에 머물고 있다. 알람 없이 잠을 깨고 수시로 확인하던 시간도 보지 않으면서!
첫날에는 수완나품으로 입국해 방콕, 통로 Thong Lo에서 하루를 보냈다. 내게 방콕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라서, 어디라도 걸어 보겠다는 시시한 이유로 목적지를 우회했고, 대가로 시간과 비용을 기꺼이 지불했다.
다음날, 돈무앙 공항에서 치앙마이로 향하는 오후 5시 비행 스케줄에 맞춰 12시에 숙소를 나왔다. 방콕 교통 사정은 예측이 쉽지 않아 BTS와 SRT를 갈아타기로 했다. 한 시간가량 항공 일정이 지연되었는데도, 동요하는 사람은 없어 보였다. 서두를 이유가 없는 나만, 습관을 버리지 못한 채 파닥거리면서 게이트 앞을 오갔다.
에어비앤비로 구한 숙소는 청소하는 게 일일 거라고
남편은 말했고, 대충 지내면 될 거라고 한건 나였다. 첫날엔 쉴 틈 없이 치웠고, 둘째 날엔 빨래방을 다녀왔고, 셋째 날에는 스스로 할 수 없는 부분을 주인과 상의했다. 그리고 다음날엔 구석구석을 닦고 정리했다.
남편은 '거봐, 당신은 못 견딜 거야'라는 눈빛을 종종 보냈고, 나는 니트릴 장갑이 닳아 뚫어질 지경이 될 때까지 움직였다. 머릿속으로는 "여행자"와 "생활인" 사이 어디쯤에 머물러야 할까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조율하고 타협하면서....
여행자라면 해야 할 일과 참아도 될 것이 있다. 또한 생활인이라면 미뤄도 될 일과 당장 해야 효율적인 것도 있다.
그 경계가 생각보다 분명했다. 예를 들어 여행자일 땐 단 한 번도 침대커버와 베개닛 세탁을 한 적이 없었다. 반면 생활인이 되면 가려던 곳을 서둘러 찾아다니지 않아도 된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채로 일주일을 보냈다. 그사이 야시장에서 몇 번 식사를 했고, 또 가고 싶은 국숫집을 찾았고, 신선한 커피집을 발견했다. 외국에 거주 중인 집주인과는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방충망을 고쳤고, 막힌 세면대를 수리했다. 콘도 관리인과 하우스 키퍼가 여러 번 오가면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갔다.
서울에서부터 따라온 막연한 불안과 조바심, 그리고 피곤함은 기세가 꺾이지 않았고, 요양원에 계신 시어머니와 최근 두통과 변비로 고생하신 엄마의 안위와 건강에 대한 염려도 때때로 나를 괴롭혔다. 멈춘다고 멈춰지는 게 많지 않다는 걸 알지만, 이렇게 이번 여행은 시작되었다. 밥벌이를 위한 노동이 24년을 꽉 채운 시점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