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독서모임 책은 장강명 작가의 <먼저 온 미래>였다. 바둑과 가까워질 수 있는 몇 번의 기회를 날려버린 나는 여전히 '바알못'이지만 바둑 기사의 인터뷰를 보며 그들이 느꼈을 당혹감, 번민, 흥분, 호기심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고 상당 부분 동의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바둑을 알건 모르건, 좋아하건 아니건 내게는 필요한 책이었다.
AI와 오래전부터 친숙한 주희와 업무에 효율적으로 적용하는 주현을 보면서도, 나는 어설프게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태도를 취해왔다. 그러니까 아예 외면할 배짱은 없고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배우려는 열정 또한 없었다. 그저 변화를 더디게 받아들이는 성격 탓으로 돌리면서, 한편으로는 "어떻게든 되겠지" 했다.
스마트폰과 카카오톡이 그러했듯이 쳇 GPT와 claude 등 AI는 생활에 밀착될 테고, 사용 여부는 선택의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이번 모임에서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직업에 대해, 자신의 위치가 언제든 대체될 수 있을 거라는 염려에 관해 끊임없이 이야기가 오갔다.
하필이면 비까지 내리던 습하고 더운 날이었다. 우리는 이른 시간부터 막걸리와 전으로 허기를 채웠다. 자리를 옮긴 카페에서도 사라지지 않은 두려움을 털어내려고 앞다투어 이야기했다. 각자 다른 상황에서 다른 속도로 AI를 이용하고 있었지만, 변화를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고는 이미 선택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에는 모두 수긍했다.
모임은 언제나 즐겁고, 자극이 된다. 내가 속한 사회의 변화 속도에 맞추지 못해 허덕허덕 쫓아가면서도 마냥 두렵거나 불안하지 않은 건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나누며, 기꺼이 마음을 모으는 작지만 견고한 연대. 이 힘을 알기 때문에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말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며칠간 부대끼던 마음의 이유를 곱씹다가, "작가의 말"을 다시 펼쳤다. '기적이 생기게 해 달라고' 되뇌다가, 기적은 확률이 너무 낮은 일에나 써야 되는 게 아닌가 하다가,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하다가, 작가님의 표현 그대로 " 김새섬 그믐 대표가 건강하게 오래 살게 해 주십시오."로 정했다. 나는 연대의 힘을 믿는 만큼, 기적 또한 믿는 사람이다. 하여, 한마디 한마디 힘을 주어 그녀가 건강하게 오래 살게 해달라고 빈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추석 연휴, 지금 <제임스>의 후반부를 읽고 있다. 이 책이 끝나면, 남편이 고른 <외계인 자서전>과 <순교자>를 읽고, 마지막으로 <정신병을 팝니다>로 마무리할 계획이다. 그러고 나면 흔치 않게 길었던 25년 추석 연휴도 끝날 것이다. 특별한 날을 특별하게 보내고 싶지 않은 내가 생각해 낸 아이디어가 제법 괜찮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