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나와 달리 아침형 인간이다. 함께 십 년 가까이 살다 보니 엄격했던 기준은 느슨해졌지만 습성은 남아있다. 내가 '베타아밀로이드'를 부르짖으며, 수면 시간에 대해 강박적으로 주장해서 그나마 수면 양에서 만큼은 달라졌다.
그는 한번 침실을 벗어나면 잠자기 전에는 다시 들어가지 않는다. 재택근무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데도 잠옷과 집에서 입는 옷, 외출복을 명확히 구분한다. 반면 나는 외출복 외에는 다 같다. 침대 역시도 다용도로 사용한다.
태국이 좋은 것 중 하나는 내 생체 리듬에 맞는 '시간'과 '속도'이다. 나는 주로 2시 전 후에 자고, 9시 전 후에 일어난다. 오전 스케줄은 어지간해서 잡지 않는 편이고, 가끔 일찍 시작해야 하면 전날부터 신경이 곤두선다.
머리로야 12시 전에 자고, 7시에 일어나야 한다는 걸 왜 모르겠나. 하지만 누구의 방해도 없는 늦은 밤이 되어야 비로소 내가 된다. 다음날의 피로를 알면서도 고요한 시간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치앙마이는 한국보다 2시간이 느리다. 그래서 매일밤 12시 또는 1시까지 빈둥거려도 마음이 편하다. 게다가 알람 없이 8시에 일어날 수도 있다! 자책할 필요도 없다. 8시에 시작하는 하루인데 뭐가 문제겠는가.
서울에서의 시간은 내 것이 아니었다. 시간이 나를 통제했다. 다른 사람이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했다. 일터 밖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이곳을 첫사랑처럼 기억하는 이유는 내 시간을 살 수 있게 해 준 곳이기 때문이다.
나는 변하지 않았는데, 5시간 30분을 날아와서야 지극히 평범해진 기분이다. 새벽 달리기를 하고 온 눈치 없는 남편은 "여기 사람들은 아침을 일찍 시작해! 6시만 돼도 시장이...."
아무렴 어떤가, 나는 알람 없이 오전을 맞고, 충분히 하루 몫의 삶을 산다. 더는 늦게 시작하는 아침을 초조해하지 않아도 된다, 미라클 모닝이 부럽지 않다. 여기서는 24시간이 전부 내 것이다. 먼 곳을 날아와 보통의 나를 확인하고 안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