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뷔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나하나는 맛있지만 식사가 끝나고 나면 뭘 먹었는지보다 배부르다는 느낌만 남아서다. 아니, 제어하기 힘든 식탐 때문이라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할 수도 있겠다. 적당히 배부를 때 멈출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영 안된다.
드라마를 잘 안 본다고 하면, 대부분 바빠서이거나 책을 좋아해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또한 이야기를 멈출 수 있는 절제력이 없어서이다. 드라마의 긴 호흡을 기다릴 인내심이 내게는 거의 없다. 어쩔 도리가 없을 땐 완결된 후 며칠간 폐인 될 각오를 하고 몰아치듯 본다.
치앙마이엔 시장이 꽤 활성화되어 있다. 매일 오후 4시부터 밤 11까지 열리는 야시장, 새벽 시장, 주말시장 규모 또한 엄청나다. 우리 부부의 관심사는 온통 음식인데 더러는 전통 공예품 쪽도 살펴보지만 금세 생선집, 팟타이 집, 꼬치집 앞에 줄을 서 있다.
아무리 맛있어도 한 끼에 각자 한 가지씩만 먹기로 약속하지만 대부분 그러지 못한다. 음식 냄새 앞에서는 마치 가가멜 마법에 걸린 스머프들처럼 눈빛이 달라진다. 게다가 나는 '음식 남기면 지옥 가서 다 먹는다.'는 말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상대가 말려주길 바라지만, 이럴 때만큼은 마음이 찰떡같이 잘 맞는다. 오늘도 저녁을 먹고 시장을 빠져나오면서 서로를 탓했다. "그래도 남편, 귀신도 여한이 남아서 이승을 떠도는 거잖아?" 내가 배부른 핑계를 찾는 동안 남편은 이미 과일 가게 앞을 어슬렁 거리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히딩크도 아니면서 늘 아쉬워하고 다음 한입을 기대한다. 오늘도 이렇게 꽉 찬 하루가 저물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