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뭇을 먹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수박, 바나나, 파파야는 먹고 싶을 때 바로 사 먹어도 맛있는데 라뭇만은 2~3일 전에 사두었다가, 약간 말랑말랑해질 때 먹어야 가장 달콤하다. 너무 빠르면 엄청 떫고 시기를 놓치면 상하고 만다.
이곳에서는 별다른 계획이랄 게 없다. 서울에서였다면, 이미 새해 계획을 세웠을 테고, 1월에 해야 할 일을 차곡차곡 적어 뒀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금요일마다 모아둔 빨래하기, 아침과 점심 식사용 과일과 요거트 사두기 정도가 전부다.
시간 앞에서만은 유독 조바심 내는 나에게 '나중'이라 봐야 과일이 익는 며칠 후일뿐이다. 그보다 먼 미래는 생각할 필요가 없다. 맛있고 좋은 라뭇에 아무리 욕심내봐야 먼 훗날을 위해 비축할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