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보다 병원비를 더 염려한 두 번째 진료를 끝내고 나오면서 세 번째 진료는 받지 않기로 했다. 증세는 많이 나았고 확인 차원이라는 말을 들으니 약간 남아있던 이물감마저 말끔히 사라졌다.
얼른 집으로 가자는 남편을 불러 세웠다. "병원비도 비싼데 공짜 커피 더 마시자. 앞으로 화요일 세시 삼십 분을 어떻게 보낼지도 생각해 보고" 남편은 대꾸 대신 빠르게 걸어 나갔다. 두 잔 째 마시던 커피를 남겨둔 채 뒤를 따랐다.
남아 있는 오후의 볕에 눈이 부셨다. 서로 잘 알지도 못하면서 Grab이 Bolt보다 더 비싸다고 우기다가, 결국 걷기로 했다. 교통비라고 해봐야 얼마 차이도 아닌데, 우리는 이런 문제로 종종 말다툼을 한다.
가끔은 서로의 소비 습관을 탓하며 언성을 높이고 반성을 요구한다. 매사 이렇게 신중하면 좋으련만, 매번 같은 결론에 도달하고 만다. 우린 부자 되기는 텄고, 생긴 대로 살자고!
걷는 걸 좋아하는 우리에게도 치앙마이의 길은 만만치 않았다. 좁은 도로엔 장애물이 많았고, 그나마도 어딘가에서는 보행 가능한 길이 사라졌다. 방콕과 달리 횡단보도가 드문 편인데 신호등은 더더욱 귀하다.
이 때문에 길을 건너고 싶을 때는 신호등을 찾기보다 서너 사람이 모였을 때 다 같이 한 손을 휘저으며 걷는 편이 수월하다. 쉴 새 없는 밀려드는 자동차와 무섭게 달리는 오토바이는 그들의 리듬대로 행인을 피해 간다.
조급한 마음에 빠르게 건너려고 하면 오히려 위험하다. 운전자가 예상하고 알아서 피해 갈 수 있도록 '처음의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 그게 가장 안전하고 빠르게 길을 건널 수 있는 방법이다.
치앙마이의 도로가 인간에게 불친절할지는 몰라도,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사람은 걷는 이들에게 민감하게 반응한다. 언제든지 멈춰줄 준비가 되어 있는 곳에서는 내 속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비록 이곳에서 만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