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에 서툴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던가, 사람에게서만이 아니라 마음이 가 닿은 많은 것에 대해, 심지어 연필 한 자루에도 그렇다고 고백했던가. 때로는 질척거림이 스스로도 웃프다고 했었던가.
'안녕'이라고 말하면 정말 '안녕'일까 봐, 그저 '다음에 봐'라고 선언이라도 하듯이 인사한다고, 잘 가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건 너무 어렵다고, 아주 오랜 버릇이라고 말했던가.
하루를 붙잡아 채운 일기장을 여행 가방 깊이 넣어두었다. 몇 년이 지나면 있는지도 모를 거면서 집으로 가져가야지 한다. 쌓아두려는 쪽과 안 그러려고 애쓰는 마음이 오늘도 수시로 다툰다.
내가 머무는 곳은 번화가를 한참 벗어난 곳이라 눈부신 것은 오직 일몰의 하늘뿐이다. 그 화려함에 매료되어 나는 매일 저녁 산책할 핑계를 찾는다. 걸으면서 되뇐다. 기억해야지, 담아 둬야지...
몇 시간 남지 않는 이 해의 끝에서, 이것만 한 이유가 없어서, 이른 저녁을 먹고 집을 나섰다. 글도 말도 자주 무너져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그저 걷는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