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J 씨는 최근 독서 모임이 있을 때마다 빠지지 않고 화제에 오른다. 모임 사람 대부분이 좋아해서도 그렇겠고, 책이 베스트셀러인 덕도 있는 듯하다. 게다가 독서 모임 멤버 중 한 사람의 친구 아내라는 점 역시 한몫한 것 같다. 지난 주말 온라인 모임에서 역시 그녀 (책)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좋은 것에는 호들갑스럽게 떠들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침묵하거나 언급을 피하는 쪽이라서 이번에도 슬그머니 뒤로 빠졌다. 대신 일면식 없는 그녀를 왜 이토록 불편해 할까에 관해 생각했다. 'J를 향한 이 복잡한 감정은 뭘까' 그 답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꺼내 놓은 말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모르는 것 같아서다.
나는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사람보다, 과소평가하는 사람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과시하고 과장하는 사람은 어렵지 않게 드러날 뿐 아니라 타인에게 끼치는 파장 또한 크지 않다. 하지만, 후자는 상황을 제법 복잡하게 만든다. 별다른 인식 없이 던진 한 두 마디에 여론이 만들어지고, 어떠한 상황 전개를 가속시키기거나, 반전시키기도 한다. 그런데 정작 본인이 모른다는 게 문제다.
J는 몇 권의 책을 냈고, 주목받는 작가다. SNS를 통해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넘나 든다. 나는 그녀가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성급히 지지 선언한 일이 내내 걸렸다. 그리고 몇몇 사람이 그녀 의견을 근거로 자신의 확증 편향을 굳건하게 만드는 과정을 목격했다. 사안의 진실과 사실에는 관심 있어 보이지 않았다.
SNS가 건강한 여론을 만들고, 자기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소통하고,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긍정적인 기능을 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 마케팅으로, 관계 확장을 위해 활용하는 것도 알고 있으며 순기능이라고도 생각한다. 그러므로 SNS 사용 여부를 판단하려는 게 아니다. 그럴만한 영역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나는 발화자가 자신의 영향력과 한 자 한 자 눌러쓴 글자의 힘과 행간이 품고 있는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가 J는 글을 다루는 사람이다. 앞으로도 꾸준히 글을 쓰겠다고 했다. 그녀를 좋아하는 팬텀이 확고하고 앞으로도 시들지 않을 것 같고 그랬으면 좋겠다. 그러므로, 스스로 말의 영향력을 가늠해 보았으면 좋겠다.
글을 마무리하려고 보니, 꼰대로 빠르게 치닫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J를 향한 불편함은 결국 나의 트라우마를 건드렸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어쩌면 오롯이 내 문제였을지도 모르겠다... 아, 갈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