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기껏, 고작....

by 묻는 사람 K

아버지처럼 따르던 사촌 오빠가 돌아가신 지 20년이 지났다. 고통스러운 기억에서는 재빨리 도망치는 습관이 있어서 정확한 시점은 기억나지 않지만 얼추 그즈음 되었지 싶다. 파편화된 기억이지만, 만개한 봄꽃이 지기도 전에 짧은 투병은 끝나버렸다. 나는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우왕좌왕하며 그 시간을 견뎠다.


주변에서 위로의 말을 건넸지만, 사실 기억나지 않는다. 혈육을 떠나보낸다는 건 그 어떤 말로도 위로되는 일이 아니므로 그들도 이해할 거라고 믿는다. 그런데 문제는, 그때 받은 상처가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 데 있다. 누군가 '고인의 연세가....'라고 물었고, 무심결에 '쉰여덟이세요.'라고 대답했다. '아.... '하며 안도하던 반응을 기억한다.


'돌아가시기엔 너무 젊은 나이시죠.'라고 말했어야 했다고 두고두고 후회했다. 우습지만 나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기억조차 못한다. 다만 지금도 그...'아....'라는 반응만 반복 재생되어 상처를 후벼 팔 뿐이다. 그 경험 이후, 나는 고인의 나이는 묻지도 않고 알고 싶지도 않다. 죽기에 아깝지 않은 나이는 없다고 여전히 확신하기 때문이다.



며칠 전, 아이가 고문을 당하다 죽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어린것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태중에서 10개월을 견디고 나와 고작 500일도 살아보지 못하고 492일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허망하다는 말조차 감히 쓸 수 없어서 겨우 살다 간 아가의 생 앞에서 마음이 무너진다.

관련 기사를 더는 읽을 수 없어서, 차라리 몸이 아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환갑도 못 넘기고 돌아가신 분을 떠올리며, 20년 넘게 분을 품었던 나는, 500일도 살지 못하고 가버린 아이를 두고는 몸이 부서지게 아파서 생각조차 할 수 없기를 바란다. 기껏 생각해낸 게 이것뿐이다. 비정한 세월, 비겁한 어른이다.


오늘에서야 '아....'라고 했던 당신을 용서한다. 당신이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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