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 무한대

이상한 셈법

by 묻는 사람 K

지방 몇몇 곳을 다니며, 수감자를 인터뷰할 일이 있었다. 간단한 심리검사 전후, 보완 질문을 하는 식이었다. 재소자 대부분은 소년범이었다. 예상과 달리 지극히 평범했다든가, 거리에서 마주치는 여느 청소년과 다르지 않았다거나, 천진난만한 모습이었다고 말하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범죄 전력은 '성인'과 차이가 없었다. 되레 믿는 구석이(소년범은 나이의 보호를 받는다.) 있어서였는지, 잔혹한 방식은 상상을 넘어섰다.


나는 인간의 선한 의지를 믿고 싶지만, 본성을 선과 악으로 나누는 일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대부분 환경에 적응하는 방식으로 선과 악을 사용하는 것 같아서다. 하여, 인간이라는 존재를 다른 생명체와 차별화하고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는 건 인간 스스로 만들어낸 환상이고 오만이며 착각이라고 생각한다. 생존과 번식, 안위, 욕구 충족을 위해 움직이는 것조차 경이롭다면 살아있는 모든 것에 적용될 일이다.


초범과 다중 전과범 중 어느 쪽이 죄의식을 더 많이 느낄까? 단독범과 공범이 있는 경우는 어떨까? 복역 기간과 교화 가능성은 상관관계가 있을까? 반성할까? 피해자에 대한 미안함은 있을까? 교화 요인은 무엇일까? 인터뷰 목적과 상관없이 의미 없는 의문을 품곤 했다. 시간이 거듭할수록, 궁금증은 차츰 줄었다. 촘촘한 연결 고리를 가진 재소자들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반성은커녕 운이 없음에 분노한다는 점을 재차 확인했을 뿐이다. 물론 그들은 출소 이후 삶에 대해서도 염려하지 않았다.


주먹, 돈, 계획과 전략, 분위기를 몰아가거나, 심지어 형량에도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이들이 뭉치면, 그 힘은 절대적으로 증가한다. 그 힘은 각자의 범죄 행동을 합리화 함으로써 죄의식을 상쇄시킨다. 서로 간의 촘촘한 연결고리는 굳이 협력 관계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전략적 적대 관계'는 조금도 문제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교화, 재발 방치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연결고리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일 테지만 말이다.


퇴근길, 붐비는 지하철 안이라 책조차 펼칠 수 없어서 휴대폰으로 포털 사이트에 접속했다. 급격한 피로가 몰려왔다. 우리 사회를 적극적으로 망치고 있는 건 누구일까? 먹고사는 일 외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나 같은 사람일까? 쓰레기 같은 기사를 쏟아내는 기자 집단일까, 돈(광고)으로 언론사를 좌우하는 재벌기업일까? 터무니없는 판결로 내 상식을 의심하게 만드는 사법기관(몇몇 검찰과 판사, 변호사)일까? 청옹성 같은 관료 조직일까?


중심 잃은 언론과 영혼을 팔아버린 전문가들, 자기 이익을 위해 행정에 영향력을 끼치는 집단, 막강한 부를 거머쥔 세력, 부패한 권력, 몇몇 정치 검사와 추락한 사법부. 이들의 연결고리가 끊어지지 않는 한, 어느 집단도 반성하지 않을 것은 자명하다. 사회에 뿌리 깊은 카르텔은 어지간한 힘으로는 깨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단면 속에서 재소자 행동 패턴을 확인한 씁쓸한 퇴근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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