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후송되고 몇 분 지나지 않아, 집안 소독을 위해 세 사람이 찾아왔다. 미리 고지를 받았던 터라 놀랄 일이 아니었음에도 방호복 입은 사람이 집안 구석구석 돌아다니는 것을 보는 일은 당황스러웠다. 한 사람이 소독제를 뿌리면, 다른 이는 걸레로 닦는 식이었다. 나머지 한 분은 작업 중인 두 사람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다.
"아니, 이렇게 서야 둘이 다 보이지. 좀 더 가까이 이렇게..."
자주 환기할 것과 소독한 방에는 며칠 동안 들어가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는 총총히 사라졌다. 숨을 돌리려던 찰나, 격리 담당자에게 전화가 왔다. <자가 격리자 안전 보호> 어플을 다운로드하는 방법과 자신의 이름, 기입해야 할 아이디를 알려주었다. 이상 증상이 있는지, 결과가 나오면 연락해 달라는 말을 남기고 통화는 끝났다.
아, 체온계가 고장 났지.
지금 주문하면 주말을 지나고 빨라도 월요일에나 도착할 텐데.... 그러고 보니, 남편이 격리 시설에 들어갈 것만 생각했지, 남아 있는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했다.
도대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넋 놓고 앉아있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인테리어 공사에 동의를 구한다며 사인을 해달라고 했다.
"예, 동의해드릴게요. 하지만 문을 열 수는 없어요."
"아니 잠깐, 잠깐이면 돼요."
"아니, 안돼요. 자가격리 중이라서요."
"그러니까 잠깐이면 되는데요. 사인 좀...."
정신 차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일이 휩쓸고 지나갔다. 어딘지 알 수 없는 여러 곳의 전화를 받아야 했다.
겨우 한 숨을 돌릴 즈음 또다시 초인종이 울렸다. 자가격리에 필요한 기본 물품을 전달해준다고 했다.
얼결에 문 앞에 두라고 했는데, 사인을 해야 된다고 했다.
아 이런...
다행히 체온계가 들어있었다. 그 외에도 운동 볼, 자가 격리를 위한 각종 지침서, 스티커, 엽서, 안내서 뭉치가 잔뜩 들어있었다. 알아둬야 할 것이 적힌 종이를 냉장고에 붙였다. 격리자를 위한 폐기물 안전 가이드는
벽에 붙였다. 내친김에 운동 요령이 적힌 것도 눈에 잘 들어오는 곳에 붙여 두었다.
동봉된 붉은 비닐에는 "의료 폐기물 전용 용기"라고 적혀있었다. 앞으로 배출되는 모든 쓰레기는(음식물 쓰레기 포함) 여기에 넣어 보관하라고 했다. 문득 이번 주에 버리지 못한 재활용 쓰레기가 잔뜩 쌓여있다는 게 떠올랐다. '아, 정신 차려야지. 자칫하다간 쓰레기 더미와 생활하게 되겠어.'
생각하자! 생각하자! 생각하자!
여러 가능성에 대해 떠올려보아야 했다. 나 역시 확진되어 격리 시설로 들어갈 경우, 우리 집은 최소 2주간 비어 있게 된다. 집 안에 있는 바이러스는 5일 이후 전염성이 급격히 떨어진다고 했으니, 다녀와서 청소하면 될 일이고, 일단 냉장고 속을 처리하자.
운 좋게 음성이 나와서 집에 머물러야 할 경우, 집에 있는 음식으로 14일간을 버텨야 한다. 위험에 누구도 노출시키지 않으려면 배달 음식, 택배는 가능한 이용하지 말자. 잠복기에서 벗어나 안전한 단계에 이르면, 마트에서 주문하면 되겠지 아, 택배 보관소에 두고 가는 일도 종종 있는데 그럼 며칠 동안 방치될 우려가....
다음으로 판단해야 할 일은, 누구에게 알리고, 누구에게는 말하지 않을 것인지를 정하는 일이었다. 피로가 몰려왔다. 생각이 길어질수록 경우의 수는 끝도 없이 늘었다. 오늘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자. 뭐든 먹자.
먹고 기운을 내자.
포장도 뜯지 않은 브로콜리 세 개를 씻어서 데쳤다. 먹을 만큼 남기고 나머지는 냉동실에 넣었다. 남편이 가지런하게 잘라둔 파프리카를 꺼내 우걱우걱 씹어 먹었다. 마늘을 씻어 다진 후 냉동했다. 유통기한이 짧은 것부터 먹어야 하나... 남편과 주말에 먹으려고 사둔 밀키트도 냉동실로 옮겼다. 일단 얼리자!
다음날 정오가 지나서까지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대학 합격자 발표날 보다 더 떨리는 기다림이었다.
양성은 전화로, 음성은 문자 메시지로 온다고 했다. 병원에서 검사를 받을 경우 결과가 가장 빨리 나온다고 했다.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을 경우 최대 48시간까지도 걸린다고도 했다.
아, 병원으로 갔어야 했는데.... 그 순간 메시지가 울렸다.
<안녕하십니까? 귀하의 코로나 19 유전자 검사 결과 음성이 확인되었습니다. 다만, 지역 사회 감염 전파 방지를 위한.... 자가 격리를 유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그래, 이제 집에서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계획을 세워보자. 그날 밤, 열이 37.5도까지 상승했다.
입맛은 여전히 없었고 경미한 근육통마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