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전화 받지 않겠습니다.

by 묻는 사람 K

시간에 맞춰 삼시 세끼를 먹어본 게 얼마 만인가?

아니, 내 삶 속에서 매 끼니를 그것도 제때 챙겨본 적이 있었던가? 생각했다.

그뿐 아니라 내 몸 상태에 관해 이렇게 많은 관심을 쏟아본 것 역시 낯설기만 하다.

격리 시설에서의 생활은 나를 끊임없이 관찰하게 하는 '연속'이다. 하여, 단조롭지만 짐작보다 분주하다.




매일 아침 7시 30분, 곧 아침 식사가 제공된다는 방송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8시에는 문 앞에 놓인 밥을 들여놔야 한다.(가져가지 않으면 제차 방송한다.)

9시에 체온, 산소포화도, 맥박, 혈압, 기타 임상 증상을 체크해서 앱에 저장하면 30분 내외로 담당 간호사님이 전화를 주신다.

12시에는 점심 식사와 의료폐기물(생활 쓰레기) 비닐과 상자를 제공받고, 1시 30분에는 폐기물을 포장해서 문 앞에 놔둬야 한다. (이건 기관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는 것 같았다.)

4시에는 한번 더 생활 치료센터 앱에 접속해서 건강 기록 정보를 남기고 담당 선생님과 통화하게 되는데,

별다른 이상 증상이 없어도 점검 차원에서 연락하시는 것 같았다.

6시 저녁이 제공되면 하루 네 번 방 문을 '열 수 있는' 기회이자 기관 공식 일정이 끝나게 된다.



퇴소 이후 뒤엉켜 있을 일들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고 아찔해진다.

한 달의 공백을 어찌 감당하란 말인가 (ㅜㅜ)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건 없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점이 묘한 위로가 되는 신기한 경험이다.

염려와 체념, 스스로 다독이는 생활에도 차츰 적응이 된 걸까?



자가 격리를 시작하면서 의도적으로 전화기를 멀리했었다. 기본적으로 전화 통화 자체에 스트레스를 받는 터이기도 했지만, 상황을 스스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고요한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격리 시설로 이송되어와서는 아예 전화기를 서랍에 넣어두었다. 이 또한 같은 이유에서였다.


늦은 밤, 휴대폰을 꺼내 확인해 보니, 부재중 전화 28통이 표시되어 있었다.

친구라고 하기엔 다소 거리가 있는 지인 L의 전화가 대부분이었다. 그는 메시지도 여러 개 남겼다.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요? 코로나에 걸리면 많이 아픈가요? 밥은 먹을 수 있어요? 처음 증상은 어땠어요? 열이 안 나도 확진될 수 있단 말인가요? 어디서 걸린 거예요? 너무 겁나는데 자세하게 설명 좀 해주세요. 전화 못 할 만큼 아픈 건 아니죠?"


방해받지 않아도 되는 이 시간을, 오롯이 나만을 생각하며 보내겠다고 다짐하고 다시 휴대전화를 껐다.

코로나가 나를 변화시킨 건지, 무심한 내 본성이 약해진 틈을 타고 꿈틀거리며 나온 건지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든 마음 가는 대로, 내 마음대로 하기로 작정했다.


내 손에 닿은 모든 것이 '의료용 폐기물'이 된다는 게 낯설고 씁쓸하다. 나를 통과한 것이 다른 이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건 여전히 슬프다. 하지만, 지금은 지나친 관심과 겁먹은 사람의 연락도 그에 못지않게 서글프게 느껴진다. 그 두려움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말이다.


L!

염려하지 말고 지금처럼 생활하면 돼요. 혹시라도 이상하면 적극적으로 검사받으면 되고요. 어떤 것도 최악은 아니더라고요. 우리나라 시스템은 생각보다 촘촘하고, 안전하고, 정확하고, 신속해요. 당신을 방치하거나,

소외시키지 않는답니다. 그러니 L! 지금처럼 생활하세요.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인걸요.

그리고 한 가지 덧붙이자면, 전화 좀 그만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