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미결정, 그리고 양성

by 묻는 사람 K

약간의 미열, 찰나의 근육통, 경미한 수준의 기침 그리고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을 만큼 계속되는 무기력감 속에서 자가격리 기간을 보냈다. 격리 해제를 하루 앞두고 재검사 통보를 받았다. 밀접접촉자이므로 음성임이 확인되어야 해제가 된다고 했다. 조마조마했지만 '설마'하는 마음으로 검사를 받았다.


검사를 받을 때는 '도보'만이 허용되었다. 왕복 한 시간을 걸어야 했지만, 오랜만의 외출이라 그랬는지 조금도 힘들지 않았다. 유의미한 수준의 증상이 없었던 점, 때마다 체크한 체온이 정상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던 점을 떠올리며 곧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로 기대했다.


양성은 전화로 음성은 메시지로 전달된다기에 전화벨이 울리지 않기만을 마음 졸이던 중 '미결정' 판정 연락을 받았다. 다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였다. 전날보다 많아진 사람들 속에서 재검사를 받았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아침, 감염률이 없다고 판정할 수 없음으로 격리 시설로 가야 한다는 전화를 받았다.


퇴원해서 몸을 추스르고 있는 남편이 집으로 돌아온 지 이틀 만에 내가 격리 시설로 이송되어야 하는,

우리 부부가 생각했던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자가격리 2주, 격리시설에서 꼬박 10일을 보내게 되는 거다. 3월, 기다리던 봄이 통째로 날아가 버렸다는 사실에 화나다가 피식 웃음이 났다.




"역시 세상일은 뜻대로 되는 건 아닌가 보다."



중구 생활 치료 센터로 이송되기까지 반나절도 걸리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일은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우리나라 행정력은 대단한 것 같다. 모두 처음 겪는 일일 텐데, 놀라울 만큼 체계적이고 조직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 부부가 코로나를 잘 피할 수 있었더라면, 생각하지 못했을 여러 가지를 생각하는 요즘이다.


입소 직전까지 이송될 기관을 검색해봤는데, 정보가 거의 없었다. 약간의 불안감을 가지고 도착한 곳은 집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동대문 인근 비즈니스호텔을 대여해서 생활 치료 시설로 사용하고 있는 곳이라 검색에 잡히지 않았던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운이 좋았던 덕에 10층 1인실에 배정되었다. 환기할 수 있는 작은 창이 나란히 두 개 있었고, 밖을 볼 수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을 구경할 수 있다는 점이 상당한 위안이 되었다.


하루 두 번 체온, 혈압, 맥박, 산소 포화도를 측정한다. 정해진 시간에 배식을 받아 식사하고 두 차례 담당

의료진과 통화를 하면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을 수 있다. 최악의 경우라고 상정해 놓았지만, 막상 닥쳐보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도 같았다. 내 삶에서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기회라는 쪽으로 차츰 마음이 바뀌었다.




"전부 나쁘기만 한 일도, 모두 좋기만 한 일도 없어."




또다시 격리되어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억울했고, 두려웠고, 이후의 일상이 걱정스러웠으며 염려되었다. 시간을 흥청망청 써버리겠다고 생각했다. 묶여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바에는

철저하게 낭비하겠다고 작정했더랬다. 이십 년 밥벌이하면서 처음 맞게 되는 휴가라고 마음을 고쳐먹은 건, 독서 모임을 하는 선생님이 보내준 메시지 때문이었다.




"샘, 넘어진 김에 쉬어가세요."




자가격리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담당 공무원의 전화를 받았다. 앱 설치하는 법과 긴급 연락처를 알려주었고, 필요한 일은 언제든 연락하라고 말해주었다. 주민센터 담당자도 생활비 지원 관련 안내를 해주었다. 심리 지원단이라는 곳에서도 상담을 권유받았고, 보건소 담당자의 연락도 받았다.


격리 시설로 와서는, 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앱에 기록을 남기면 매일 두 번씩 담당 간호사의 연락을 받는다. 자가격리 중 확진이라 역학 조사를 위한 전화는 한 번으로 끝났지만, 나 한 사람을 위해 너무 많은 인력이 움직이고 있다. 이 많은 사람의 보호 속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억울하다고 불평할 수 없는 일이지 싶다.


하루 24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는 걸 넋 놓고 보았다. 작정하고 낭비하지 않아도 '모든 순간은 빠르게 지나가는구나' 생각할 때쯤,

긴급 문자 메시지가 울렸다. 확진자 발생! 내게도 4**의 번호가 부여되었다.

남편과 나 사이에는 이미 40명이 누적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