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거짓말에 관한 짧은 생각

by 묻는 사람 K

격리 시설에 있다 보면 의외로 솔직해진다.

평소라면 무수하게 말했을 '괜찮다'는 거짓말을 더는 하지 않게 되는 것도 그중 하나다.

되레 '이게 괜찮은 건가? 아닌가? 어느 시점부터 증상이라고 보고해야 하지?' 사소한 부분도 곱씹게 된다.

아직 코로나에 관한 연구는 축적된 게 적을 테니, 임상적으로 의미 있을 단서는 무조건 기록하고 보고하는 것밖에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서다.


거짓말이 빈번한 영역은 역학 조사와 관련해서가 아닌가 싶다. 특정 종교시설, 집회 참석, 클럽이나 주점 방문 여부 정도가 대부분일 거로 생각했다. 갔느냐 안 갔느냐는 문제를 두고 실랑이 벌이는 뉴스를 종종 보았기 때문이다.

그 외에는 별로 없겠거니 했는데, 짐작 못한 많은 이유로 애를 먹는다고들 했다.


얼마 전 남편과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격리시설) 옆자리 아저씨의 끊임없는 통화 이야기로 주제가 바뀌었다.

역학 조사관에게 오는 연락이라 뭐라 할 수도 없다고 했다. 그분의 시작은 저녁 식사 동선을 누락한 것이었는데, 결국

몇 번의 확인 끝에 CCTV가 캡처된 사진을 보고서야

거짓말한 걸 털어놨다고 했다.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을 만났다던가 , 있어야 할 곳에 없다던가 또는 없어야 할 곳에 있었다든가,

그것도 아니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해서 숨겼다던가, 무심코 뱉은 말을 수습하다 보니

말에 살이 붙으면서 거짓말이 되기도 하는, 짐작도 못한 다양한 일이 거짓말을 만든다.


순간적으로 보호 본능이 발휘되어 자신을 합리화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겠거니 한다. 나 또한 그럴 수도 있으니까 자신 있게 비난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이런 특수한 상황에서의 거짓말은 많은 인력과 시간을 낭비하게 만든다. 손실이 너무 큰 셈이다. 게다가 미리 겁먹고 숨겨 봤자, 피해 가기도 어렵다. (우리나라 시스템은 생각보다 촘촘하고 정교하다.^^)




남편에게 말했다.


"밖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 마, 내가 미쳐 날 뛸게 겁난다고 숨기고 수습하려다 애먹지 말고, 뭐든 나한테 먼저 이야기해. 맞아 죽더라도 나한테 맞아 죽는 게 가장 최선의 선택이란 걸 잊지 말고"



그가 말했다.


" 여보!...... 잠이나 자"




3월이 거짓말처럼 지나버렸다.

허용된 날이 아니어도 종종 거짓말을 해왔기 때문일 수도 있고, 크고 작은 거짓말에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서인지 어른이 되고부터는 만우절이 기다려지지 않는다. 오늘은 4월 1일, 좋아했던 장국영이 떠난 날이다.

18년째 거짓말처럼 그가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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