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극복이 아닌 '관통'기록인 이유

by 묻는 사람 K

남편이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비 온 뒤라 미세 먼지도 없고 봄볕도 무지 좋더라고 했다. 6km를 뛰는데 조금도 힘들지 않더라며 아침 8시를 넘겨 일어나고도 비몽사몽 하는 내게 자랑하듯 말했다.

그는 퇴원 후 자발적 자가 격리를 보름간 더 했었다. 한번 줄어든 체중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지만, 휴식하는 동안 식욕과 후각은 온전히 돌아왔고 두통은 사라졌으며 소진된 기력도 서서히 회복되었다.


뜬금없이 홍채염으로 일주일간 안과 치료를 받았지만, 담당 의사 선생님이 놀랄 만큼 빠르게 회복했다. 면역력이 떨어진 것 외에는 달리 원인을 찾을 수없어 우리는 이게 후유증일지도 모르겠다고 나름 결론을 내렸다.


남편보다 열흘 늦게 일상에 복귀한 나는 여전히 잔기침을 달고 지내지만, 거의 대부분 기능이 회복되었다. 하필, 체중이 가장 빠르게 돌아왔다. 적극적으로 운동을 하든 먹는 걸 줄이든 하라는 잔소리를 듣고 있지만 이 또한 우리의 일상이었으니 제자리를 찾은 셈이다.


나는 가끔 3월 초, 우리에게 일어난 일에 관해 생각한다. 코로나 확진이 남의 일이기만 했던 자신만만하던 때의 생활, 두려움과 불안에 떨던 시간을 교차해서 떠올린다. 나는 인간사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이 극복 가능하다고 믿어왔다. 홍수, 산사태 같은 자연재해도 역병조차도 극복 대상이라 여겼었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노력했으나 우리 부부는 코로나 확진을 피할 수없었다. 아픔을 참으며, 통증이 사라지길 기다렸을 뿐 그 외에는 할 수 있는 것도 한 것도 없었다. 그저 바람이 불면 그 바람이 사그라들 때까지 기다리고, 태풍 지나길, 열대야가 끝나길 인내한 것처럼 이번에도 그랬을 뿐이다.


내 의지로 피할 수없었듯, 노력으로 나아진 것도 아니었다. 그저 무사히 통과하기를 기다리며 견뎠을 뿐이다. 하여, 나의 기록이 극복이 아닌 관통기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다. 앞으로 겪게 될 많은 것이 그럴 것이다. 그때도 지금처럼 묵묵히 참으며 내 삶을 통과해 가길 바랄 것이다.


하지만 이젠 안다. 삶에는 극복할 수 있는 것보다 견뎌야 하는 게 훨씬 많다는 것을! 극복이 이기는 게 아닌 것처럼 버티고 견디는 게 지는 것도 아니었음을 이제 확실히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