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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묻는 사람 K Apr 07. 2022

신문의 쓸모

이번 생에 스스로 화초 사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손이 야무지지 못하니 생명에게 못 할 짓이라 꿈도 꾸지 않았다. 어찌어찌하다 들어온 화초는 당연히 남편 몫이 되었고 그가 곧잘 해낸 '탓(덕)' 나와는 더욱 멀어졌다.


 확고했던 마음이 바뀐 건 남편 출장으로 그들 돌보는 일이 고스란히 내 몫이 된 시점부터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절박함으로 물주는 날을 체크했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적당한 시점을 찾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관심이 필요했다.


 말라가던 아앙무에 새잎이 돋았다. 앗, 그렇다면! 

며칠 고민 끝에 로즈마리, 애플민트, 바질과 홍콩 야자를 주문다. 식물 키우기 블로그와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았고 지인에게도 이것저것 물어보았으며, 위급 시에는 데려가 키워주겠다는 약속도 받은 터였다.


 택배로 화초를 받으려니 염려되었지만 꼼꼼하게 포장된다는 후기를 믿어보기로 했다. 주문 이틀 만에 그들이 도착했다. 허겁지겁 박스를 열어보니 신문 뭉치가 가득했다. 고구마 캐듯 한 뭉치를 꺼내 양파 껍질 벗기듯 한 겹 한 겹 조심스럽게 펼쳤다.  



아, 신문도 쓸모가 있다니! 



 메이저 언론 자처하 조중동이나, 가난한 조중동으로 불리는 한경오(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나 거기서 거기더라는 체념 이후 뉴스를 볼 때면 의심부터 하곤 했다. 개인 SNS보다 훨씬 못한 뉴스 헤드라인에 현혹되지 말자고, 호기심 때문에 클릭 수를 보태줘서는 안 된다고 남편과 자주 이야기했었다.


 피로감을 넘어 혐오감만 주는 언론, 최소한 종이 신문은 이렇게라도 쓰이니 얼마나 다행인가. 사나운 권력에만 꼬리 흔드는 충견과 다를 바 없는 대한민국 언론이 대선 전후로는 차마 봐주기도 애처로울 지경이다. 그러니, 흔들림을 막아주는 고정 대나 완충재로라도 역할을 하는 종이 신문이 어찌 대견하게 느껴지지 않겠는가.


 2021년, 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대한민국의 언론 자유 지수는 42위, 아시아 1위라고 했다. 2021년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의 보고에 따르면, 대한민국 언론 신뢰도는 46개국 중 38위다. 그나마도 17년부터 20년까지 줄곧 꼴찌였다가, 21년 6개의 조사 대상국이 추가되면서 간신히 꼴찌를 면했다.

  

 자유와 권리는 누리고 싶고, 언론인의 자부심과 그에 상응하는 부는 가지고 싶지만, 직업인으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노력과 윤리 의식, 도리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왜 항상 부끄러움은 생각하는 사람의 몫인가. 이메일 확인을 위해 접속한 포털 사이트에서 오늘도 역시 구역질 나는 즐비한 헤드라인을 보았다. 한숨조차 아깝단 생각에 차라리 입을 다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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