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과 양심의 무게

작은 해프닝이 남긴 생각들

by 그레이스


커피 쿠폰을 선물 받아 종종 이용하는 프랜차이즈의 멤버십에 가입했다

어차피 꾸준히 이용할 예정이라면 할인 혜택을 적용받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현재의 신분으로는 매달 반값 쿠폰 몇 개와 추가 커피 구입 시 3분의 1 정도의 가격으로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이런 혜택을 멤버십 가입이 귀찮다는 이유로 놓쳤던 지난날을 떠올리니, 모든 원가를 지불하며 커피를 마셨던 것이 새삼 아까웠다.


며칠 전, 멤버십 혜택을 직접 체험해 보고자 일을 마친 후 찬바람을 뚫고 매장을 방문했다. 평소 마시지 않던 고가의 메뉴를 선택하며 작은 사치를 누렸다. 그럼에도 할인이 적용되었고, 쿠폰 차액은 멤버십 카드에 적립되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늦은 저녁에 멤버십 현황을 조회해 보니, 사용했던 쿠폰이 소멸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었다. 순간 쿠폰은 물론이고, 적립까지 덤으로 받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쳤다.


문제는 그 매장이 주차가 불가능하여 걸어서 한참을 가야 한다는 점이었다. 번거로움이 먼저 떠올랐다. 그렇다고 이 사실을 모른 척하기엔 마음 한구석이 찜찜했다. 또 한편으로는 결제 담당자의 실수가 드러나 난감한 상황으로 번지는 것이 아닐까 걱정되기도 했다.


결국 나는 휴일이 지난 후 다시 매장을 방문했다.


"저기요, 며칠 전 쿠폰 결제 시 오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용했던 쿠폰이 아직 남아 있고, 차액도 적립받은 상태입니다."


직원은 너무나도 의연하게 쿠폰을 확인해 주었고, "고객님, 이 쿠폰은 사용한 것으로 나옵니다. 사용한 쿠폰은 직접 삭제하기 전까지 그대로 남아 있어요."라고 답했다.


멤버십에 등록된 쿠폰이라 이러한 경우를 생각하지 못했던 내가 혼자 만든 해프닝이었다. 그리고 모든 쿠폰이 동일한 방식으로 처리되는 것이 아니라, 경로에 따라 일부 쿠폰은 사용한 것으로 표기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나는 다시 찬바람을 맞으며 돌아갈 길을 생각하며 라떼 한 잔을 들고 나왔다.


일상에서 가끔 발생하는 이런 이벤트를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손해를 보는 것도 싫지만, 예상치 못한 이득을 얻는 것조차 달갑지 않다. 짧은 순간이지만 인간의 양심을 건드리는 일이 나에게는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일 뿐이다. 양심의 기로에서 잠시 방황하는 내 모습을 스스로 평가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나의 착오로 일이 마무리되었지만,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때마다 이러한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나에게는 당연하면서도 소모적인 일이다. 결국 귀차니즘과 양심을 저버리는 선택은 나를 더 혹사시킬 것임을 안다.


찬바람을 맞으며 라떼를 한 모금 마셨다. 따뜻한 온기가 몸을 감싸자, 나는 문득 웃음이 났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나간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나답게 살아가고 있다.


맑음을 선택하는 마음에 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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