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품
오늘은 산책하기 더없이 좋은 날이다
공기는 차갑지 않으면서도 선선하고,
살며시 스쳐가는 바람은 마음의 먼지까지 털어내는 듯하다.
햇살은 부드럽게 내려앉고,
길가엔 진달래가 조심스레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개나리는 노란 옷을 입고 계절의 문을 환하게 열어두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속도로 산책길을 걷고,
어디선가 피크닉을 즐기는 소리가 희미하게 스며든다.
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 나무 앞에 멈춰 섰다.
연둣빛, 레몬그린이 겹겹이 어우러진 여린 새잎들.
햇살을 품은 듯 투명하게 빛나는 그 색감은,
말로 다 담을 수 없는 생명의 언어 같다.
발밑의 잔디는 막 자라나기 시작했고,
촉촉한 흙길 위를 걷는 감촉이 오늘따라 특별하다.
아직은 벌거벗은 가지들이 많지만,
그 안에서도 느릿하게 피어오르는 생명의 기운이 분명히 느껴진다. 어떤 장면은 말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건넨다.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정돈되는 순간.
새들이 날아들었다.
그들의 날갯짓, 잠시 머문 시선, 그 사이를 흐르는 작은 공기까지 서로를 기억하는 인사처럼 느껴졌다.
하늘 위에 펼쳐진 그 풍경을 바라보는 일은,
문장으로 옮기기엔 너무 섬세하고 아름다웠다.
나는 오늘, 펜을 잠시 내려놓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던 나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햇살 속을 걷고, 바람을 마주하고,
살아 있는 모든 것들 곁에 조용히 서 보았다.
세상이 조금은 다정해 보이고,
그 안에서의 나 역시 한결 부드러워졌다.
이 계절은 글로 옮기기보다 먼저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들이 많다.
강물에 쏟아지는 은빛, 살아나는 풀잎,
그리고 그 곁을 조용히 스치는 바람.
모든 것이 다시 살아나는 계절, 봄.
그 모든 것을 조용히 끌어안는 봄.
그 평온한 품 안에서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충만한 이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