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야만 움직이는 마음들

시소에 대한, 아주 오래된 은유

by 그레이스


함께 있으면 좋을 사람.
그 사람과의 관계는 시소 같았다.
누군가 올라가야만, 누군가는 내려오는 구조.
어린 시절엔 그것이 재미였고, 어른이 된 지금은 그것이 마음의 피로가 되었다.


시소는 끝없이 기울어야만 작동한다.

누군가 올라가면, 누군가는 내려와야 한다.

재미는 그 사이의 오르내림에서 생기고,

관계는 그 반복 속에서 흔들린다.


어릴 적엔 그것이 좋았다.

내려앉은 발끝으로 흙을 밀어 올리고,

그 반동으로 다시 하늘로 솟는 것.

어른이 된 지금도 많은 관계가 그렇게 작동한다는 걸 안다.

기울여야 하고, 밀어야 하고,

때로는 애써 중심을 잃어야만 가까워진다.


하지만 나는 문득,

왜 우리는 늘 기울어야만 가까워지냐고 묻고 싶어진다.


늘 위에 있는 사람과, 늘 아래에 있는 사람.

언제나 올려다보는 눈과, 내려다보는 눈.

그 둘은 과연 함께라고 부를 수 있을까.

우리는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마주 흔들리는 중은 아닐까.


시소는 균형을 이루는 순간 멈춘다.

아무도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않을 때.

누군가는 말한다

그건 재미없는 시소라고.

그건 놀이가 끝난 거라고.


하지만 나는 그 정지된 순간이 좋다.

서로의 무게를 정확히 이해한 뒤 찾아오는,

단 한 번의 고요.

눈높이가 같고, 시선이 부드럽게 얽히는 찰나.

어디로도 움직이지 않아도 괜찮은 상태.

그건 끝이 아니라,

어쩌면 시작에 더 가깝다.


사람들은 시소의 스릴을 사랑하지만

나는 이제, 긴 의자 하나에 나란히 앉아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관계를 사랑하고 싶다.

기울지 않아도, 흔들리지 않아도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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