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도 나도, 짧은하루
점심을 함께하자는 연락이 왔다
아이는 친구와 익숙했고, 망설였던 건 나였다. 선뜻 내키지는 않았지만, 아이가 계속 연결될 사이란 걸 알기에 어른인 나부터 거리감을 좁히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식사는 생각보다 편했다. 특별히 조심하거나 긴장할 필요도 없이 서로 기본만 지켜도 괜찮은 분위기였다. 말을 아끼지 않아도, 괜히 더 쓰지 않아도 되는 그런 자리였다.
식사 후 나는 다시 카페에 앉아 밀린 과제를 정리하고, 계획에 묶여 있던 일 하나를 마무리했다. 크게 특별할 것 없는 하루였지만, 일이 어그러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몸보다 마음을 더 가볍게 만들었다.
해가 기울 즈음, 아이와 친구가 나에게로 돌아왔다.
친구 어머니는 아이들이 직접 고른 기념품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건 어쩌면, 각자의 하루를 조용히 기록하는 방식 같았다. 누가 먼저였는지, 무엇을 골랐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남기고 싶은 마음이 오갔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돌아오는 차 안, 아이는 금세 잠들었다.
얼굴에 하루의 피곤함이 묻어 있었고 나는 그걸 조용히 바라봤다. 오늘 얼마나 즐겁게, 열심히 놀았는지 그 표정 하나로 충분했다.
예전 같았으면, 내가 오늘 아이에게 뭘 해줬는지 확인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은 내가 곁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아이와 함께 있되, 같이 놀지 않아도 괜찮은 날.
내가 웃지 않아도, 아이의 하루가 환해지는 날.
심리학에서는 이걸 안정된 애착이라 부르지만, 나는 그냥 서로 괜찮은 거리에서 존재하는 일이라고 느꼈다.
집에 도착해 가방을 내려놓고, 그대로 소파에 앉았다. 더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겠다는 드문 허락이 오늘은 자연스럽게 내게 떨어졌다.
집 근처에 다다랐을 즈음,
아이와 오늘 하루에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었고,
올가을에 기회가 된다면,
둘이 다시 한 번 찾기로 했다.
그땐 나도 몇 가지 놀이기구를 도전해 봐야겠다.
바이킹은 여전히 자신 없으니까,
회전목마나 범퍼카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