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꽃의 속삭임
금요일 저녁, 차량을 정비소에 맡기고 돌아서는 길.
정비소 앞에선 금속 냄새와 고요한 기계 소리가 섞여 있었다.
햇살이 기울고 바람이 부드럽게 지나가던 저녁,
나는 잠시 걷기로 했다.
도심에서 멀어질수록 발밑엔 풀들이 늘어났고,
발을 멈추게 한 건 버드나무 아래 작은 들꽃 한 송이였다.
누군가 꺾어 놓은 꽃이 땅에 엎드려 있었다.
줄기가 말라 있었고, 바람에 잎사귀 하나가 천천히 흔들렸다.
그 곁엔 꺾이지 않은 꽃이 조용히 피어 있었다.
감자꽃이었다.
흙 가까이에서 연보랏빛으로 작게 핀 그 꽃은
생각보다 더 조용했고, 더 단단했다.
감자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와는 전혀 다른 모습.
이름을 몰랐다면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를,
그러나 한 번 눈에 담기고 나니
자꾸 돌아보게 되는 종류의 아름다움.
꽃을 꺾은 손은 이미 떠났지만,
꺾이지 않은 꽃은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나는 들꽃을 잘 꺾지 못한다.
그 자리에서 피어 있는 것을 옮긴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
누군가에게는 유난이라 불릴 수 있겠지만,
나는 그 유난함이 누군가를 지켜주는 힘도 된다고 믿는다.
사람들은 감정도, 관계도, 사랑도
때로는 끊어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게 살아가는 방식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피어나 있는 것들을 그냥 두고 보는 방식으로
사랑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해되지 않아도,
지금 거기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오늘, 엔진오일 교환이 아니었다면이 저녁 바람을, 이 감자꽃을 마주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꺾이지 않은 채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감자꽃이,
조용히 말했다.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고.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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