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을 넘어 사랑으로
가끔, 영화 〈스틸 앨리스〉 마지막 장면이 생각난다
몇 년 만에 비행기를 탔다.
10km 상공의 권계면에 이르면 고요한 공기로 된 거대한 띠가 나타난다.
그리고 오존층에 가까워진다.
우리가 함께 하길 꿈꾸던 곳.
권계면을 뛰어넘자 가장자리에 맑은 공기가 와닿았다.
오존층은 해지고 찢겨 낡아버린 무명천 같았다.
그 모습이—- 무서웠다. 하지만 난 볼 수 있었다.
그걸 볼 수 있는 내 놀라운 능력 덕에 영혼들이 솟아오르는 것을.
저 아래 땅에서 배고픔과 전쟁, 전염병으로 죽은 망자들의 영혼이 스카이다이버처럼 거꾸로 솟아오르더니 팔다리를 활짝 펴고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영혼들은 서로의 손발을 잡고 그물망을 만들었다.
산소 원자가 된 영혼들은 셋씩 모여 오존 분자가 되었고 낡은 오존층을 다시 고쳤다.
영원한 상실은 없으니까.
지나간 것을 그리워하고 앞으로를 꿈꾸며 고통스럽지만 나아가는 여정만이 있을 뿐.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한다.
리사 제노바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스틸 앨리스(Still Alice)〉의 마지막 장면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