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정하게, 오늘

by 그레이스



오늘은 사람보다 하나님을 더 가까이 느낀 하루였습니다.

이 문장을 마음속에서 몇 번이나 고쳐 말해보았지만, 결국 이 말로 돌아옵니다. 오늘은 설명보다 방향이 더 분명했던 날이었습니다.


돌아보면 그동안 많은 핑계를 손에 쥐고 살아왔습니다. 일과 공부라는 이유로 이해를 구했고, 일정이라는 말로 스스로를 안심시켰습니다. 매일 이어지던 성경 큐티는 어느새 공부와 다른 약속들로 밀려나 있었고, 그 변화가 크지 않다고 여겼기에 더 쉽게 흘려보냈습니다.


매년 이어오던 성경 통독을 지난 한 해 멈추었을 뿐인데, 삶은 생각보다 빠르게 흐트러져 있었습니다. 마음의 중심이 조금씩 옮겨가고 있다는 사실을 그때는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분주함 속에 자신을 숨긴 채, 방향을 점검하는 일을 자주 미루고 있었습니다. 오늘에 이르러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멀어진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조금씩 밀어내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 깨달음 앞에서 눈물이 났습니다. 슬픔이라기보다 정신이 번쩍 드는 순간에 가까웠습니다. 사람이 얼마나 쉽게 중심을 잃는 존재인지, 그리고 그 연약함을 얼마나 자주 잊고 사는지를 체감한 하루였습니다.


제직자 명단에 이름이 있다는 사실은 마음을 더 작아지게 했습니다. 제 삶을 제대로 잘 살아내고 있지 않다고 느끼던 시기였기에,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럼에도 오래 남은 생각이 하나 있습니다.


마음에 흡족한 결과는 아니었을지라도, 몸과 마음이 무너지지 않도록 단정하게 살아오려 애써온 시간만큼은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무엇을 더 잘해보겠다는 다짐을 세우기보다, 다시 방향을 고르는 날로 남기고 싶습니다. 말씀에 더 가까이 가고 싶다는 마음, 흐트러졌던 중심을 다시 회복하고 싶다는 바람을 조용히 꺼내어 봅니다.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다시 읽고, 다시 머무르고, 다시 돌아오는 일부터 시작하려 합니다.


참사랑이 느껴지는 하루였습니다.

그 사랑 앞에, 오늘을 허락해 주신 것에 감사하며 다시 단정하게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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