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과 기다림

보이지 않는 비용

by 그레이스


이 겨울, 아이가 축구를 하며 신던 운동화가 찢어지자 새 신발을 급히 주문했다. 하지만 배송 상태는 배송시작에 머물러 있었고, 배송 중에는 취소를 선택할 수 없게 설정되어 있었다. 일주일째 같은 상태가 이어지자 문의를 남겨보았지만 답은 돌아오지 않았고, 결국 고객센터를 통해 취소를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기다림보다 더 오래 느껴진 것은 바로 설명 없는 침묵이었다.


최근 배송 속도는 이미 일종의 기준이 되었다. 산간벽지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주문 다음 날 도착하거나 길어도 사흘 안에는 받아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실이다. 따라서 문제는 단순히 지연 자체가 아니라, 그 지연에 대한 대응 방식에 있다. 응답이 없다는 사실은 거래의 신뢰를 흔들고, 소비자가 감당해야 하는 시간과 마음의 부담을 크게 만든다.


같은 시기, 다른 업체에서는 여러 가지 품목이 모두 다음 날 도착했다. 이전 경험 이후, 가격보다 먼저 보는 것은 유통 구조와 대응 방식이다. 조금 더 저렴한 선택이 오히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한다면, 그 차이는 결코 합리적이라 보기 어렵다. 보이지 않는 비용, 기다림과 불확실성, 반복되는 확인의 부담은 결국 소비자가 책임져야 하는 몫이다.


결과적으로 구매는 상품뿐 아니라 시스템까지 함께 고려하는 일이 되었다. 물건의 품질과 가치는 물론 중요하지만, 그 물건이 도착하기까지의 과정 역시 생활의 피로도를 결정하고 만족도에 영향을 준다. 최근 들어 여유 시간이 생기면서, 문제없이 사용하던 물건들을 하나둘 떠올리게 되었다. 오래된 주방용품을 교체하고, 가족 각자 필요한 것을 주문하는 일이 늘어나게 되었다. 이러한 소비는 욕망의 분출이라기보다, 생활을 정비하려는 시도 같기도 하다.


사실 꾸준히 거래해 온 식품이나 의류 업체도 많다. 처음에 꼼꼼한 선별 과정을 거쳐 쌓인 신뢰는 가격이 오르더라도 계속 유지하게 만든다. 장기 고객을 유지하려면 기업의 이미지와 제품 신뢰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결국 합리적인 소비란, 단순히 가장 싼 가격을 찾는 일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과 업체를 선택해 불필요한 피로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 판단은 오늘도 여전히 유효하다.


살앙스런 바보소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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