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자살이 걱정될 때, 자살에 대해 우리는

물어보기, 들어주기, 그리고 연결하기

by 그레이스


주변을 돌아보면 삶이 유난히 버거워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해 마지막 날, 나 역시 가까운 한 사람을 다시는 볼 수 없는 곳으로 떠나보냈다. 지병이 있던 사람이었지만, 그것이 전부였는지는 알 수 없다. 어떤 마음의 고비를 혼자 지나고 있었는지도 우리는 끝내 알지 못한다. 다만 분명한 것은, 남겨진 사람들 또한 그 이후로 각자의 자리에서 상실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누군가를 떠올리다 보면 불쑥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 사람, 혹시 이러다 자살하는 건 아닐까. 그러나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우리는 동시에 망설인다. 괜히 말을 꺼냈다가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지는 않을지, 내가 너무 예민한 건 아닐지, 혹은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영역에 발을 들이는 건 아닐지 스스로를 말리게 된다. 그래서 대부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지나간다. 하지만 자살은 대개 아무 신호 없이 갑자기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다. 사람은 도움이 필요할 때 저마다의 방식으로 신호를 보낸다. 우리가 그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다. 그럴 때 기억해 두면 좋은 태도가 있다. 물어보기, 들어주기, 그리고 연결하기다.


자살 위험 신호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나타난다. 첫 번째는 언어의 변화다.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거나 자살을 암시하는 말을 반복한다. “내가 없어지면 다들 편해질 텐데”, “이제 정리해야 할 것 같아” 같은 말들이다. 자기 비하적인 표현이 늘어나고, SNS 글이나 메시지의 어조가 이전과 달라지는 것도 중요한 신호다. 두 번째는 행동의 변화다. 약을 모으거나 자살 수단을 준비하는 행동, 중요한 물건을 주변 사람에게 나눠주는 모습은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신호다. 식사나 수면 패턴이 크게 변하고, 사람을 피하며 혼자 있으려 하거나 대화를 회피하는 모습도 여기에 해당한다. 세 번째는 정서의 변화다.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피하고, 이전에 관심 있던 일들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우울해”, “다 나 때문이야” 같은 말로 우울감과 죄책감을 반복적으로 표현한다면 그 신호를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이런 신호가 느껴질 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묻는 용기다. 조심스럽지만 분명하게, 직접 묻는 것이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 “자살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어?” 자살이라는 단어를 피하지 말고 돌려 말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생각은 아니지?” 같은 질문은 상대에게 이 이야기를 꺼내고 싶지 않다는 메시지로 전달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두려워하지만, 자살에 대해 묻는 것이 자살 충동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문을 연다.


그다음은 들어주는 태도다. “무슨 일이 있었어?”, “왜 그렇게까지 힘들었는지 이야기해 줄래?” 자살을 생각하게 된 이유를 묻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살아오게 한 이유를 함께 듣는다. 이때 필요한 것은 충고가 아니다. “그 나이엔 다 그래”, “쓸데없는 생각 말고 네 할 일이나 해” 같은 말은 상처 위에 상처를 더할 뿐이다. 대신 “진짜 힘들었겠다”, “그렇게 힘든데도 여기까지 온 게 대단해”라는 말로,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을 전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 감각만으로도 사람은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다.


마지막은 연결하기다. 누군가를 돕는 일은 혼자 감당해야 할 몫이 아니다. “같이 가볼래?”라는 말과 함께 전문가, 상담 기관,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과 연결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첫 예약을 함께 하거나 동행하는 것도 큰 힘이 된다. 가능하다면 자살 도구를 함께 치우거나 분리해 위험한 환경을 바꾸고, 혼자 있지 않도록 곁을 지켜주는 것도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술은 권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감정의 파도를 더 크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죽지 마”라는 말은 도움이 될까. 죽음을 고민하는 사람에게 그 말은 종종 공허하게 들린다. 죽고 싶다는 말속에는 사실 살고 싶다는 마음과 도와 달라는 요청이 함께 들어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설득이 아니라 관심이다. 물어보고, 들어주고, 연결해 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는 오늘을 건너게 하는 힘이 된다.


참고자료: 보건복지부_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