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장애

by 그레이스


잠이란 무엇일까


저녁이 되면 오히려 정신은 또렷해지고, 아침이면 파김치가 된 몸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젠 조금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을 수없이 하지만 생활은 늘 제자리걸음이다. 당장 커피부터 끊어보지만, 며칠만 지나도 그 맛이 그리워 다시 한 잔을 마시게 되고, 그러면 그날 밤은 거의 예외 없이 뜬눈으로 지새운다.


의학적으로 수면은 외부 환경을 인식하고 반응하는 능력이 가역적이고 반복적으로 정지된 상태를 말한다. 조금 더 쉽게 말하자면, 잠을 자는 동안 우리는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둔감해지고, 몸의 움직임은 줄어들며, 뇌와 몸이 쉬고 에너지를 다시 채우는 시간을 갖는다. 잠은 살아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너무 쉽게 미루며 살아간다.


겉으로 보기엔 잠은 아주 수동적인 상태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시간 동안 우리 몸 안에서는 복잡하고 역동적인 변화가 쉼 없이 일어난다. 낮 동안 소모되고 손상된 신체 기능은 회복되고, 에너지는 다시 효율적으로 재정비된다. 학습과 기억, 감정 조절 역시 이 조용한 시간에 다듬어진다. 낮에 쌓인 정보들은 잠자는 동안 재정리되어 중요한 것만 장기 기억으로 옮겨지고, 불필요한 기억과 감정은 서서히 힘을 잃는다. 충분히 잠을 잔 다음 날 아침, 우리가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이유다.


잠을 자는 동안 우리는 능동적인 사고를 멈춘다. 그 와중에 스쳐 지나가는 정신적 활동을 우리는 꿈이라고 부른다. 꿈은 현실과 닮아 있으면서도 비논리적이고, 때로는 기이하다. 최근 연구에서는 꿈이 기억을 재현하고 재정리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부산물일 수 있다고 말한다. 다만 꿈의 정확한 기능과 생물학적 기전은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잠에는 빠른 눈 움직임이 나타나는 렘수면과 그렇지 않은 비렘 수면이 있으며, 이 두 상태가 밤새 반복되면서 몸과 뇌의 회복을 이끈다.


평균적으로 성인은 하루 7~8시간의 수면이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중요한 것은 시간의 길이가 아니다. 다음 날 피곤하지 않은 상태로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지, 그 정도가 각자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수면이다. 수면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는 면담과 진찰, 수면일기, 활동 측정, 혈액검사, 필요에 따라 야간 수면다원검사까지 다양한 과정을 통해 상태를 확인하게 된다. 수면장애는 불면증에서 시작해, 호흡과 리듬, 각성과 행동의 문제까지 여러 얼굴을 가지고 있다.


나이가 들면 잠이 줄어드는 것도 자연스러운 변화다. 실제로 65세 이후에는 수면 시간이 평균적으로 앞당겨지고, 깊은 잠은 줄어들며 자주 깨는 경향이 나타난다. 낮잠이 늘어나는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이는 노년기의 정상적인 생리 변화이지만, 그로 인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생긴다면 치료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잠은 참아야 할 문제가 아니라 돌봄이 필요한 신호이기 때문이다.


잠이 오지 않는 밤, 술의 도움을 빌리는 사람도 있다. 술은 일시적으로 졸음을 부르지만, 수면의 구조를 오히려 더 깨뜨린다. 깊은 잠은 줄어들고 잦은 각성이 반복되며, 탈수와 이뇨 작용으로 밤은 더 잘게 부서진다. 특히 수면제와 술을 함께 복용하는 것은 위험을 크게 높인다. 잠을 돕는 것처럼 보이는 선택이, 결국 잠을 가장 멀리 밀어낸다.


건강한 수면은 거창한 결심보다 작은 태도에서 시작된다.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을 일정하게 지키고, 낮에는 몸을 적절히 움직이되 잠들기 직전의 격한 운동은 피한다. 낮잠은 짧게 제한하고, 카페인 섭취를 줄이며, 잠자리는 어둡고 서늘하게 유지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잠이 오지 않는 밤에도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않는 일이다. 침대에 누운 지 20분이 지나도 잠이 오지 않는다면 잠시 일어나 호흡을 가다듬고 몸을 이완한 뒤, 졸음이 다시 찾아올 때 잠자리에 드는 것이 도움이 된다.


아무리 밤을 설쳤더라도 아침은 평소와 같은 시간에 맞이한다. 그것이 무너진 수면 리듬을 다시 붙잡는 가장 단순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잠을 이루지 못한 새벽에 글을 마치고, 다시 정상적인 수면에 도전해 보기로 한다. 잠을 자지 못하는 밤, 사실 이 시간은 유난히 좋다. 세상이 조용해지고 생각이 또렷해지는 이 밤을 나는 오래도록 좋아해 왔다. 그럼에도 이제는 아침을 조금 더 생기 있게 맞이하기 위해, 이 밤을 무작정 붙들기보다는 몸이 보내는 신호를 조금 더 다정하게 받아들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