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12일
안양서 국민학교를 다닐 때 고적 대을 뽑는다는 말을 듣고 제 발로 찾아갔었더랬습니다.
많이는 아니지만, 피아노를 조금 배워서 멜로디언을 할 양으로 말입니다. 너무 많은 아이들이 멜로디언을 자원하는데 반해 심벌즈는 어느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길래, 제가 하겠노라고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큰북을 매고 다니는 덩치가 큰 소연이 언니 뒤에 서서, 그렇지 않아도 작은 체구인 저는 옆구리에 심벌즈를 낀 체 보이지 않을 때가 더 많았습니다.
고적대 단원들은 유니폼을 맞춰야 한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렸더니, 농담이 일상이신 저희 아버지께서
"큰 북 뒤에 숨어 있다가 몰래 나와서 끝나기 전에 한번 치면 안되는 거냐? 한 번밖에 안 치는데 아깝게 유니폼까지 입어?"
하셔서, 눈물 많은 저는 그 자리에서 서럽게 울었던 기억도 새록새록 되살아났습니다.
운동회 날, 고적대 퍼레이드를 앞두고 쑥스러운 듯 오른쪽 발을 살짝 치켜세우고 입을 오므린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오늘은 제가 출석하고 있는 와싱톤 한인 교회 설립 62주년 기념 음악회가 있었습니다. 아마추어 성가대인 저희가 하기엔 벅찬 '하이든의 천지창조'라는 대곡을 음악을 전공하신 지휘자님과 솔리스트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공연은 성황을 이루었고요.
하지만, 공연을 마치고 난 뒤 어김없이 아쉬움이 몰려왔습니다. 곡 중간에 자신이 없어 구렁이 담 넘어가듯 얼버무린 곳이며, 정확한 박자를 놓쳐 저만 입모양이 달랐을 때, 설혹 다른 이들은 눈치채지 못했을지라도, 저 자신만큼은 부끄러워 입술을 지그시 깨물기도 했습니다.
제 때의 박자를 놓치면, 그나마 한번 있는 기회마저 놓치고 마는 고적대의 외로운 악기 심벌즈가 생각났습니다.
인생의 고비마다 때를 잡아 멋들어지게 양손을 마주하고 각도와 타이밍을 절묘하게 맞춰 신나게 내리쳐야 하는 순간이 있는가 하면, 타이밍을 놓쳤다거나, 아니다 싶을 땐 흐름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리듬을 타며, 비록 심벌즈를 치려고 들어 올렸다손 치더라도, 치지 않고 내려놓아야 하는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그 하나를 내려놓는 결정을 했습니다. 제가 내린 결정 속에 부디 크신 그분의 손길도 함께 하셨길 바라고 기도할 뿐입니다.
2013년 10월 12일
추신: 쑥쓰러워 한쪽 발을 들고, 입을 오므린 체 심벌즈를 들고 포즈를 취한 사진을 첨부합니다. 항상 감사합니다.